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인터넷의 모든 길은 블로그로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 NGO학과 교수>

‘네티즌은 블로그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두 부류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물론 다소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블로그의 열풍은 대단하다. 탄핵에서 총선으로 이어지는 급박한 정국의 흐름 속에서 인터넷 공간을 강타했던 각종 정치 패러디들의 출처도 알고 보면 대부분 블로그였다. 네티즌들 사이에 흔히 ‘싸이질’이라 지칭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니홈피 역시 블로그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블로그에는 어떤 특별한 매력이 숨어 있을까. 무엇보다도 ‘1인 미디어’라는 특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이라크전쟁 때 살람 팍스라는 20대의 평범한 청년이 운영하는 블로그는 CNN보다 빠르게 전쟁소식을 전세계에 전달하면서 ‘이라크판 안네의 일기’라는 명예로운 애칭을 얻기도 했다. ‘1인 미디어’로서 블로그가 갖는 위력을 유감없이 입증해 보인 대표적 사례다. 국내 인터넷 공간에서도 ‘딴지일보’로 대표되는 웹진형 제1세대 미디어와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신문 형태의 제2세대 미디어에 이어 개개인의 블로그들을 기반으로 한 제3세대 미디어라 할 수 있는 ‘미디어몹’이 이미 선을 보였다. 제1세대 웹진형 미디어에서 기사의 생산과 편집권을 운영자가 독점했다면 제2세대 인터넷신문형 미디어에서는 기사 생산은 네티즌이, 그리고 편집권은 신문사가 갖는 이원화된 시스템이 등장한다. 그런데 블로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편집권조차도 과감히 네티즌에게 넘겨버린다. 즉 개별 기사에 대한 네티즌의 클릭 수와 링크 선택에 따라 지면구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미디어 권력이 언론사로부터 개인에게로 완벽하게 옮겨졌다고 하겠다. 블로그의 또 다른 매력은 흔히 ‘링블로그’라고 하는 개별 블로그들간의 네트워크 기능에 있다. 관심 분야나 취향이 같은 블로그 운영자들끼리 서로의 블로그를 등록시킴으로써 각자의 블로그에 올라온 기사나 답글이 자동으로 다른 블로그로 넘나들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 네티즌들이 주로 활동하던 홈페이지와 게시판이 정보의 교류를, 그리고 온라인 동호회가 인적 교류를 위한 공간이었다면 블로그에서는 정보의 네트워크와 인적 네트워크가 동시에 충족되는 셈이다. 이렇듯 블로그는 나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 블로그 이용자는 정보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며 동시에 편집자이기도 하다. 개방과 공유 그리고 쌍방향성이라는 인터넷의 기본정신이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네티즌은 블로그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두 부류로 나뉜다’는 말은 앞으로 좀더 과장되게 바뀔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의 모든 길은 블로그로 통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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