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애들이 무섭지

제6보(128~159)


백30 이하 38의 수순은 결정적인 팻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치러진 것이었다. 중앙 방면에 이런 식으로 팻감공장을 차려놓으면 백은 무조건 우변의 패를 이길 수 있게 되며 그것으로 바둑은 무조건 백승, 이것이 윤성현의 생각이었고 그 판단은 분명히 옳은 것이었다. 윤성현의 예상대로 박영훈은 우변의 패를 포기하고 중앙을 53으로 둘러싸는 절충안을 들고 나왔다. 백54로 따내어 일단락. 윤성현은 이 바둑을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소년 박영훈의 끝내기 솜씨였다. 이창호를 교과서로 삼아 바둑공부를 해온 소년들이다. 송아지삼총사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이창호에 결코 뒤지지 않는 끝내기의 달인들이라는 사실이다. 형세판단이 고성능 컴퓨터와 같고 실수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도 이창호를 고스란히 닮고 있다. 10대 초반에 조훈현만을 바라보며 지낸 윤성현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밟은 박영훈이다. 게다가 윤성현은 75년생, 박영훈은 85년생. 소년에게는 어른을 능가하는 집중력이 있다는 사실. 검토실에서는 백36으로 가에 끊어 여기서 승부를 보는 것이 알기 쉬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윤성현은 실전보로도 충분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고 그 판단 역시 옳았던 것인데…. 입회인 서봉수는 검토실에 나와앉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애들이 무섭지. 애들을 상대로 싸우는 건 정말 무섭지.” (46, 52…43의 위. 49, 58…43. 57…28의 오른쪽)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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