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중소기업을 위한 유통채널

“홈쇼핑에 한 번 방송을 내보내려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아십니까. ‘띠(1회분 방송이 나가는 데 소요되는 비용)’를 사는 데 최고 3,000만원을 줘야 하고 사은품 등의 비용까지 감당하면 수천만원은 족히 필요하지요. 그나마 홈쇼핑에서 판매된 제품이라고 하면 고객들한테 홍보하기가 나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거지요.” (홈쇼핑을 이용하고 있는 R사 마케팅담당 부장) “국내 유명 대형할인점과 거래하면서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매출액의 10%를 지급해왔습니다. 우리 회사 한 달 매출이 2,000만원 정도인데 150만~200만원을 주고 있는 셈이지요. 게다가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판촉사원을 파견하라고 하니 일할 사람도 없는 중소기업들은 죽을 맛이지요. 거부할 수 있냐구요? 다른 업체들이 다 하는데 우리만 안한다고 하면 당연히 불이익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복통이 터져도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요.” (대형할인점에 화장품을 납품하는 A사의 김모 사장)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홈쇼핑이나 대형할인점을 활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로 불이익을 감수하는 실정이다. 얼마 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대형할인점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중 74.2%가 부당한 거래를 경험했고 55.6%는 그냥 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할인점에 주는 판매장려금이 평균 매출액의 5.9%를 차지하고 매출액의 6%를 넘는 중소기업도 24.2%에 달했다. 반면 요즘 국내 굴지의 홈쇼핑업체들은 표정관리가 한창이다. 이들의 하루 평균 영업이익은 5억원 내외. 다들 내수부진에다 고유가로 먹고 살기 힘들다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불황이 뭐냐”고 되묻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해 5개 홈쇼핑의 총 매출액은 4조2,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8월1일로 홈쇼핑이 첫 전파를 탄 지 10주년을 맞았고 중소기업들의 판로지원도 방송 탄생의 큰 취지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4조2,000억원이라는 숫자의 의미가 무색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5일 ‘중소기업 판매망 확보’ 등을 목적으로 경인방송 채널 인수를 본격 선언한 기협중앙회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진정 그 본래 취지를 성취하겠다는 순수성을 잊지 않고 이 프로젝트를 실현해나가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