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속셈을 간파당하다
제4보(25~40)
복기 시간에 왕리청은 흑25가 너무 성급했다고 고백했다. 무조건 참고도1의 흑1로 뛰어야 했다는 것. 백2면 흑3으로 삭감하여 흑이 나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수(흑25)를 둘 때는 이것이 상대를 정면으로 야유하는 ‘박력만점의 수 같은 느낌이 들어서….’ 두었다고 덧붙였다.
아닌게 아니라 흑25는 선악을 떠나 상대를 정면으로 야유하는 심리전적 효과가 있는 수였다. 실제로 조치훈이나 서봉수 같은 실리주의자들이 이런 침입을 자주 보여준다.
문제는 왕리청의 구상을 창하오가 멋지게 분쇄했다는 점이었다. 원래 왕리청이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은 참고도2의 흑12까지였다. 좌하귀에서 흑이 선수를 뽑을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그런데 그 속셈을 창하오에게 간파당한 것이었다. 백28이 창하오의 승착. 선수를 뽑아 백40으로 철썩 갖다 붙이는 순간 승부의 저울추가 기울어져 버렸으니….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6/01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