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00여 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의 지하철역이 시민들의 문화, 편의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멋지게 설계된 역사는 결혼식장으로 사용되고 넓은 통로는 미술전시관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퇴근길 콘서트장으로 변신한 지하철역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할 수 있고 등초본 등 각종 민원서류를 받아볼 수도 있다.
■ 결혼식장으로도 손색없어
6호선 녹사평역에 들어서면 그 화려함에 놀란다.
이용객이 많지 않은 이 역은 서울 시청의 이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 규모가 장대하고 인테리어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역 가운데 유리돔에서 비치는 자연채광이 일품이다.
화려한 역사는 무료예식장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수백명의 하객이 모일 수 있는 지하4층의 대합실은 결혼식장으로 손색이 없다.
지하2층에서 지하4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신랑ㆍ신부의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벤트. 폐백실과 피로연 장소도 갖추고 있어 결혼식에 불편함이 없다.
예식은 평일, 주말 모두 가능하며 접수 순서에 따라 우선권이 주어진다. 녹사평역 명재영 부역장은 “잘 꾸며진 역사 시설은 결혼식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각종 CF장소로도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02)796_5296
■ 활력충전소를 아시나요
4호선 충무로역의 `활력연구소(www.playmedia.or.kr)`는 영상ㆍ음악ㆍ미디어 마니아들의 즐거운 놀이터. 활력오아시스, 활력비디오방, 활력극장, 활력작업장, 클럽활력 등 5개의 공간으로 구분돼있다.
활력오아시스에서는 편안하게 앉아 미디어아트전시나 다채로운 뮤직비디오 등을 볼 수 있고, 활력비디오방에서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 1,000여 편의 DVD 비디오 등을 입맛에 따라 골라 `지렁이 소파`에 누워 편히 볼 수 있다.
활력극장에서는 독립영화제 출품작 등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실험적 영상작품이 상영되고 있고, 활력작업장에서는 포토샵 비디오편집 등 미디어 창작관련 교육을 소수정예 방식으로 실시한다.
클럽활력에 들리면 다양한 시각 예술관련 자료를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02)2263_0056
■ 미술관 못지않은 전시공간
지하철역내 대합실 등 여유 공간은 훌륭한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3호선 경복궁역에 마련된 연건평 2,750㎡의 미술전시관은 일반 전시관에 비교해 규모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4ⅹ2㎙의 전시대 58개가 있다.
4호선 혜화역은 1층 대합실 일부를 유리담장으로 구획지어 188㎡ 규모의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5호선 광화문역은 549㎡ 면적의 두개의 전시관이 광화문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다.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의 `어린이미술마당`과 마들역의 `노원문화의집`도 대규모로 조성된 전시공간으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결혼식장으로 사용되는 녹사평역 대합실도 평소에 전시공간으로 이용된다. 지난달 4일 개장한 이곳은 미술작품 60여 점을 전시할 수 있도록 조명 등 각종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 구청 현장민원실도 이용하세요
지하철역사는 흥겨운 콘서트장으로도 변신한다.
퇴근시간대 도심 곳곳의 역사에서는 `잉카엠파이어`의 남미민속음악에서 전자바이올린, 요들송, 가요, 사물놀이까지 다양한 연주회가 펼쳐져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공덕, 노원, 광화문, 김포공항, 이수역 등에는 상설공연장이 마련돼 있고 곧 을지로입구, 사당, 동대문운동장역에도 전용 공연무대를 설치될 예정이다.
지하철역에 설치된 각 구청 현장민원실도 샐러리맨 등에는 큰 도움을 준다. 전화로 예약한 후 퇴근시간에 등초본 등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 받을 수 있다.
현장민원실은 왕십리역 화곡역 등 시내 31개역에서 평일은 오전8시~오후9시, 토요일은 오전8시~오후3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박경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