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ㆍ여 불문, 프로ㆍ아마추어 불문.’
한국골프가 사상 최대의 ‘메이저우승 풍년’을 이루며 제2의 부흥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주름잡고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뿐 아니라 남자프로골프(PGA)와 아마추어 무대까지 ‘골프 한류’가 몰아치면서 연달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지은희(23ㆍ휠라코리아)의 US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과 PGA챔피언십,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까지 올해 한국 선수들이 수집한 메이저대회 우승컵은 4개나 된다.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은 아마추어 대회지만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내셔널타이틀 대회로 프로 무대만 별도 집계하는 경우를 제외한 생애 통산 기록에서는 메이저 타이틀로 간주된다.
메이저 우승의 물꼬는 지은희가 텄다. 지은희는 7월13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US여자오픈최종라운드에서 2타 차 열세를 뒤집고 생애 첫 LPGA투어 우승을 메이저대회로 장식했다. 약 한 달 뒤인 8월10일 국가대표 출신 송민영(20)은 8월10일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바통을 이어 받았다.
하이라이트는 양용은(37ㆍ테일러메이드)의 미국프로골프 PGA챔피언십 제패였다. 양용은은 8월17일 끝난 이 대회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맞대결에서 역전승을 거둬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 첫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 공동 선두로 맞은 14번홀(파4)에서 뽑아낸 절묘한 칩 샷 이글은 메이저대회 역전불허(14전14승) 행진을 펼쳐온 우즈를 무너뜨렸다.
31일 안병훈(18)의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도 쾌거다. 이 역시 한국 및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다. US아마추어선수권은 PGA투어에서 맹활약할 세계 남자골프 스타의 산실인 아마추어 최고의 대회. 우승자 명단에는 아널드 파머(1954년), 잭 니클로스(1961년), 필 미켈슨(1990년ㆍ이상 미국) 등이 있고 우즈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최초로 3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오는 17일 18번째 생일을 맞는 안병훈은 지난해 우즈의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깬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19ㆍ이진명)의 당시 18세1개월을 다시 경신한 대기록이다.
박세리(32)의 1998년 미국 진출로 부흥기를 맞은 한국골프는 올해 빛나는 성과로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골프 관계자와 기업들은 대회 유치와 후원을 통해 한국골프를 한국 대표 브랜드로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중화를 위한 정부와 골프산업계의 노력도 요구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