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독일식 견습제도

정부가 독일식 견습제도를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란다. 독일 기술력과 산업경쟁력의 근간인 도제식 교육의 장점은 무수히 많다. 신입사원 재교육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은 우수 인력을 조기 확보할 수 있고 학생은 불필요한 스펙(spec)을 쌓지 않고서도 졸업 이전부터 취업이 가능하다.


△독일식 도제교육은 1840년께 최악의 환경에서 태어났다. 수백개로 분열된 크고 작은 나라에서 중세적 길드 전통을 중시하는 장인들이 한사코 기계를 통한 대량 생산에 저항하던 상황. 철도업계가 장인들을 설득해 공장에서 근대식 직업교육을 받도록 끌어들였다. 결과는 대성공. 독일은 기계와 철강ㆍ화학 분야에서 선두 영국을 따라잡았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특정 지역이나 국가가 한 기술을 완전히 습득하는 데 50~100년이 걸린다고 봤지만 당시 독일은 3~5년이면 숙련공을 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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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학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는 ‘히틀러의 오산’을 들어 도제교육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내놨다. 히틀러는 미국이 군수공업에서 독일 수준의 숙련공을 양성하는 데 필요한 3~4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미국은 과학적 관리와 효율적 분업으로 일급 기술자를 1년 이내에 쏟아냈다는 것이다. 도제식 교육은 한물갔다는 드러커의 해석은 오늘날 한물간 이론으로 평가받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시절부터 거론된 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요즘 부쩍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이전부터 여기에 주목했다. YS정권 초에 대규모 연구단을 독일로 보낸 뒤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마치 몇 년 안에 중소기업 중심의 기술강국이 이뤄지고 청년 실업이 해소될 것처럼 떠벌렸다. 결과는 익히 아는 대로다. 양극화와 청년 실업에서 이공계 기피까지 모든 게 나빠졌다. 실패 이유는 간단하다. 해마다 도제교육에 100억~160억달러의 정부 예산은 물론 견습생 1인당 기업의 훈련비가 1억원 가까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지금이라고 20여년 전 여건과 얼마나 다를까. 정책 의지가 강하다고 쳐도 클린턴의 어법을 빌어 강조할 게 있다. 문제는 예산이야, 이 바보야! /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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