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6월 8일] 가자지구 봉쇄를 중단해야 한다

이스라엘 특수부대원들이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을 공해상에서 공격함으로써 이스라엘 정부는 국익의 개념조차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스라엘 우방국들은 격노했지만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나라들은 분노와 동시에 쾌재를 불렀다. 초법적 행위를 저지르는 바람에 이스라엘은 국제 여론을 적으로 돌려버렸고 자신들의 정통성과 안보에 대한 위협마저 불러일으켰다. 가자지구를 봉쇄하기 위해 취한 행동은 오히려 가자지구 봉쇄정책이 철회돼야 한다는 국제 여론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총격사건으로 9명의 터키인이 사망하는 바람에 무슬림 국가에서 유일하게 전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터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이 지난 2008년부터 2년간 가자지구를 침공하면서 1,400명의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죽이고 주거 지역을 폐허로 만들어버리자 에르도건 터키 정부를 크게 자극했다. 그러나 지난달만 해도 터키는 이스라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찬성했다.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더 이상 예전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경책은 오히려 150만 팔레스타인들의 하마스 지지를 결집시켜 하마스의 집권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가자지구 봉쇄는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이집트 터널에서 이뤄지는 밀수무역 통제권을 내줬고 가자지구 사람들은 음식ㆍ직업ㆍ집 등을 이들에게 의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이스라엘(그리고 미국이)이 이란의 핵 야망에 대한 관심을 계속 불러일으키기를 원한다면 이번 행위는 자살골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를 식민지화하고 수시로 집단 응징에 나서는 것은 이스라엘이 직접 서명한 제4제네바협약(49조와 33조)을 위반한다. 벤야민 네타냐후 정부는 구조함 공격 배후에 알카에다의 입김이 있었다고 거세게 몰아붙이지만 이런 무법행위는 오히려 지하드(성전)를 위해 목숨 바치는 젊은이들을 양산할 뿐이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적했듯이 가자지구 봉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봉쇄는 중단돼야 하고 하마스의 의도가 시험대에 오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이스라엘이(가자지구 봉쇄 해제로) 체면을 잃는다 해도 그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정통성 시비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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