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23일 당 대표직을 사퇴함에 따라 일단 민주당의 주도세력이 개혁세력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내 개혁세력 전면부상은 25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과 동시에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의 일대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신주류가 지난 50여일간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과정에서 보여준 노 당선자와 청와대 비서실 진용의 강력한 개혁추진 의지를 정치권에서 뒷받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의 변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역사의 주역들에게 당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지난해 4.27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직선을 통해 1위로 선출된 한 대표는 당권을 가진 마지막 구체제 대표로 기록되게 됐다.
한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후보 중심체제로 당이 운영되면서 대표로서의 권한 행사가 제약됐고 선대위와의 마찰과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는 등의 이유로 대선 후 노 당선자 주변으로부터 지속적인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최근 한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신주류를 겨냥해 `개혁독재`라며 역공을 폈고, 대북송금 특검법에 완강히 반대함으로써 김대중 대통령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으나 결국 대세의 흐름에 순응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퇴배경과 관련, 한 측근은 “오늘 한 대표의 전격 사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밝혀온 노 당선자 취임 전 사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의 전격적인 사퇴 발표는 일단 노무현 당선자 취임 전 사퇴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고 구주류의 2선 후퇴를 선도함으로써 신주류에 당 운영의 주도권을 넘겨 노 당선자 중심으로 당이 운영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동시에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송금 특검법과 고건 총리후보자 인준동의안 처리의 부담 또한 신주류에 넘기는 것이 된다.
한 대표의 사퇴로 민주당내 동교동계 역시 현실적인 구심점을 상실하게 돼 당내발언권이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는 자신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한미정책포럼을 `US-ASIA 네트워크`로 확대하기 위해 다음달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자서전을 집필하는 작업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계 해체 지시에도 동교동계를 위시한 구주류 세력이 우선 정국을 관망하면서 세력결집에 나서 정계개편과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표가 신주류의 사퇴압력 속에서도 당 개혁과 관련 노 당선자 취임 직전까지 대표직을 고수하며 신주류와 대립각을 세워왔고 동교동계의 좌장이었던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최근 정치활동 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신ㆍ구류간의 갈등으로 아직 당 개혁안 확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대표가 사퇴해 당분간 임시지도체제로 당이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구주류측은 내년 총선에서 재기를 목표로 당 지도체제를 결정할 당 개혁안 마련과정에서 신주류측을 견제한 뒤 본격적인 당권경쟁에서 신주류측과 일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