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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용산 주한미군 이전용지' 중 캠프킴 부지가 제1호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돼 한국판 '롯폰기힐스'로 거듭난다. 6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포함해 주거·상업·업무지구로 복합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유엔사령부와 수송부 터에는 남산 조망권을 고려해 70m 이하의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총 5조원의 민간투자를 통해 이 일대를 본격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개발계획이 오는 2019년에서 4년 앞당겨지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무산 이후 가라앉았던 지역 부동산 시장까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캠프킴 용적률 800% 이상 고밀 개발=정부는 캠프킴의 경우 용적률 800%로 개발하는 한편 유엔사와 수송부는 이보다 낮은 수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세 곳 모두 용적률 800%를 적용해 고밀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시는 남산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사·수송부의 높이를 70m 이하로 낮춰야 한다며 갈등을 거듭해왔다. 결국 정부가 부지별로 용적률을 다르게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한 발자국 물러서면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캠프킴 부지는 2017년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돼 용적률 800%의 고밀도도 복합 개발된다. '입지규제최소구역'은 도심이나 철도역사 등의 부지에 용도·용적률·건폐율 등의 기준을 신축적으로 적용해 주거·상업·업무·문화 기능이 한 지역 내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한 지역이다. 캠프킴 부지는 지난해 12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첫 번째 지정 사례가 된다.
김명중 기획재정부 지역경제정책과장은 "국방부와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계기관과 세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합의을 이끌어냈다"며 "잠실 제2롯데월드의 용적률이 600%가 안 되는데 용적률 800%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국토교통부 안에 따르면 캠프킴 부지에는 50층 이상 건물 8개동이 들어설 계획이었지만 용적률에 맞춰 건물 개수를 줄이고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도 가능하다.
4월 개발계획 승인 이후 가장 먼저 개발이 시작되는 유엔사 부지는 LH에서 3D 경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뒤 높이와 용적률을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반포대교 남단에서 남산의 7부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정도로 최대 높이를 정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70m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송부 부지는 앞선 두 부지의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개발계획이 확정된다. 감정평가액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비용인 3조 4,0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이를 보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개발을 통해 2020년까지 5조원의 민간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개발시기를 4년 앞당기면서 건설이자 2,000억원 등 금융비용 감소와 재무건전성 강화 등의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숨죽이던 용산 부동산시장 들썩이나=지난 2013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6년 만에 백지화되면서 침체를 거듭하던 용산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호재가 발생하자 지역에서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KB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용산구의 지난해 12월 주택매매가격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1.6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전체 자치구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하지만 이번 개발 추진이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용산구 H 공인 관계자는 "용산 개발이 엎어지고 용산기지 이전 개발도 계속 미뤄져서 걱정이었지만 이번 정부 발표대로만 진행된다면 시장에 좋은 신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캠프킴 부지 인근의 남영역과 삼각지역 일대 지역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