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밀레니엄을 맞는 마음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서양인들은 폭죽을 쏘아 올리고 축제의 기분으로 새해를 맞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고 다소 들뜬 마음으로 다가오는 미지의 세계를 즐겁게 맞이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그러나 2000년 새해를 맞는 느낌과 감정은 다른 때와는 다르다. 새로운 천년을 맞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새천년을 맞는 느낌이 여느 때와 같이 평상심(平常心)으로 즐길 수만은 없다. 새천년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인간에게 더욱 큰 행복을 주는 요인이 있는가 하면 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도 많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과학기술의 발전이 초래할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새천년에 인간의 수명은 연장될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과 무한경쟁의 심화로 글로벌 소싱이 가속화해 일자리는 줄어들게 되고 직장의 정년도 단축될 것이다. 요즘 직장인들간에 45세 정년을 의미하는 「사오정」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몇몇 전문지식인을 제외한다면 수명의 연장, 정년의 단축에 따라 그 여가를 어떻게 사용해야 될지도 문제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이 이를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3.5배 법칙에 따르면 약 100일(3.5개월)이 지나면 정보의 양이 두배로 늘어나게 된다. 내 두뇌의 정보흡수능력은 386수준인데 정보 증가속도는 차세대 팬티엄급 수준이라면 과연 인간이 정보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인간의 판단능력을 뛰어넘는 복제인간들의 출현 가능성, 인간의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의학부문의 기술발전도 과연 이것이 인간에게 축복인지 저주인지가 불분명하다. 즉 경제학에서 가정으로만 사용해온 수많은 동질적 인간이 존재하는 「리플리카블 경제」(REPLICABLE ECONOMY)가 현실화될 시기가 도래할런지 모른다. 더욱 두려운 것은 만일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주와 인간의 생성과정이 밝혀지는 경우 그동안 인간이 정신적인 안식처로 삼아왔던 종교의 역할은 어떻게 될 것이며 내세(來世)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는 경우 인간의 자유의지, 이기심,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어떤 재앙을 초래할 것인가? 이렇듯 미지의 새천년을 맞는 인간의 모습은 초라하고 불확실하다. 새천년을 맞이한다는 것이 즐거움일 수만은 없다. 쇼펜하우어는 전쟁, 천재지변 등을 예상했는데 이것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 이에 안도하여 큰소리로 웃는 것을 웃음의 기원으로 보았다. 새천년에는 분명히 인간들이 큰소리로 웃으면서 이상의 추측이 단지 공상에 지나지 않았음을 인지하는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새천년에 가장 요구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라기 보다는 인간이 과학과 더불어 공존하는 인간친화적 과학, 인간 중심의 기술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인간의 잠재적인 두려움 즉 정신위생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밀레니엄은 경건하게 맞고 새로운 불확실성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내년의 경우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조용하고 희망찬 새천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아 내심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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