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셧다운 충격 민간부문으로 급속 전이

군수업체 근로자 일시해고 부동산시장 타격 가시화에<br>美 재계 오바마 지원 사격… 협상 망친 티파티 맹비난


미국 연방정부의 부분적 셧다운(정부 폐쇄) 사태가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충격이 민간경제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셧다운으로 제조업이나 관광업ㆍ부동산시장에 대한 타격이 가시화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까지 나오자 미 재계가 이례적으로 공화당을 비난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편을 드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군수업체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는 다음주까지 셧다운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만드는 항공 부문 근로자 2,000명을 일시 해고할 방침이다. 또 다음달까지 이어질 경우 해고 근로자 수를 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델라웨어스틸도 일부 근로자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리사 골든버그 회장은 "지난주 15만달러 규모의 핫코일 철강제품을 정부에 납품했는데 이번주에는 주문이 끊길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항공방위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영국 BAE시스템스도 이번주 말까지 정부 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경우 산하 미국 근로자 3만4,500명 가운데 10~15%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은 트럭엔진 생산업체인 내비스타인터내셔널, 미 최대 군함 제조사인 헌팅턴인게일스인더스트리스 등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직접적인 생산피해 외에 연방정부 공무원 290만명 가운데 80만~120만명이 일시 해고되면서 민간기업의 경영차질도 속출하고 있다. 군수업체인 해밀매뉴팩처링은 검사가 지연되면서 이미 만들어놓은 제품을 부두에 쌓아놓고 있는 실정이다. 광산업체인 아크석탄은 광구탐사 허가가 늦어져 애를 태우고 있다.

이 때문에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가뜩이나 미미한 제조업 일자리 회복세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 제조업 근로자 수는 지난 2010년 초 1,150만명에서 2012년 중반 1,200만명 수준을 회복한 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피해가 더 크다. 자유의 여신상, 옐로스톤 등 주요 관광지가 일시 폐쇄되면서 주변 호텔이나 식당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또 모기지시장이 위축되며 미 경기회복의 버팀목이었던 부동산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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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사태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통화정책 운영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실업률 등 주요 통계를 발표하지 않아 경기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데다 정치권 예산투쟁의 결말이 불투명한 탓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후임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셧다운이 해결된 뒤에나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처럼 미 경기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공화당의 우군이었던 재계도 오바마 대통령을 지원 사격하고 있다. 건강보험개혁 법안을 받아들이기는 싫지만 셧다운 장기화나 정부 부채한도 상향조정 실패에 따른 디폴트 사태만은 피하자는 것이다. 이날 미 상공회의소는 250개 재계단체와 함께 "경제적 재앙을 피하기 위해 여야가 일단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오바마케어 등 정치적 이견은 나중에 논의하라"고 촉구하는 편지를 의회에 보냈다. 이는 사실상 민주당의 입장과 같다.

특히 예산안 협상을 망친 공화당 내 극우보수 세력인 티파티에 대해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편지에 서명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회장이자 공화당 출신의 전 미시간주지사 존 엥글러는 "티파티는 이념에 빠져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는 관심도 없다"고 맹비난했다.

나아가 재계는 티파티의 공화당 내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경보수 후보에 맞서 재계친화적인 후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의 스콧 리드 정치 컨설턴트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더 생산적이고 창조적이면서도 (재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반면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등 월가 최고경영자(CEO) 14명을 백악관으로 불러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블랭크페인 CEO는 "의회가 채무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경제가 심각한 손상을 받을 것"이라며 "디폴트 사태를 곤봉처럼 휘두르면서 미 경제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화당에 비판적인 월가의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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