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 신용대란 오나] <하> 신용쌓기 이제라도 서둘러라

신평사 자문 받고 정기점검도<br>회계자료·연체·CEO 신뢰도 관리 철저히<br>기업 신용도 높이려면 최소한 2년 걸려<br>내년말 시행 신바젤협약 미리 대비해야




섬유업체인 L사의 김모 사장은 최근 기업신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했다. 시설투자 자금을 구하기 위해 거래은행인 기업은행을 찾았다가 담보도 없이 1억원을 단 10분 만에 대출받았기 때문. 창업 초기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다. 신바젤협약이 도입될 은행권의 변화에 대비해 2년 전부터 착실히 신용을 쌓아온 덕분이다. 특히 대기업과 제휴한 뒤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상승했다. 우량 거래처를 확대해 기업 신인도를 향상시킴으로써 신용등급이 BB+에서 BBB로 올랐다. 김 사장은 “창업 당시 담보나 보증이 없어 이 은행 저 은행 뛰어다녔던 기억이 새삼스러울 정도”라며 “최근에는 회사 근처 은행 지점마다 찾아와 저금리로 대출해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오히려 귀찮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 전자업체인 N기업의 이모 사장은 거래은행인 국민은행을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대출 담당자가 바뀌면서 신용등급 재평가를 요구, 별 생각 없이 응했다가 신용도가 하락했다며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 문제는 이 사장의 개인 신용도였다. 작은 금액이지만 금융기관 연체 기록이 회사 신용평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CEO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경영자의 신용은 곧 기업의 신용이라는 평가 방침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사장은 “대출 담당자에게 그동안의 거래관계를 감안해 이번만 연장해달라고 사정했다”며 “결국 대출금 축소와 대출금리 2% 인상 조건으로 1년 연장했지만 내년 초 대출금을 전부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허진 국민은행 기업금융부 팀장은 “신용은 평소 곡식을 저장하듯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며 “단순히 자금력이나 회사 규모만으로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업이익ㆍ현금흐름표ㆍ연체 등 관리 철저해야=휴대폰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매출 등 회사 규모가 작아 신용대출에 대한 큰 기대 없이 은행을 찾았다가 환하게 웃었다.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증가, 신용대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은행에서는 이익창출 능력이 뛰어나다며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이 사장은 “기업 규모에 맞는 영업이익이 뒷받침돼야 기업이 건실해진다는 평소 생각 때문에 신용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패션의류 업체를 운영하는 정 사장. 긴급한 운영자금이 필요해 은행을 찾았지만 허탈하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매년 매출이 늘며 회사가 커가고 있어 쉽게 신용대출을 받을 줄 알았다가 면박만 당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이 불규칙해 위험요소가 높다는 게 이유였다. 멀쩡해 보이는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소위 흑자부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좋아도 현금흐름이 불규칙해 한순간 자금이 막히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것. 플라스틱 사출업체를 운영하는 권모 사장은 신용평가기관에 신용조사를 재의뢰했다가 무척 당황했다. 신용등급이 BB+에서 B-로 하락했기 때문. 권 사장은 재무제표를 A수준으로 유지하는 등의 노력으로 신용도가 상향 조정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신용평가기관의 답변은 간단했다.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이 좋아도 이런 평가는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의 외부감사 대상 기업 평가등급에 다소 영향을 미칠 뿐 권 사장 회사처럼 영세한 중소기업에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권 사장은 “작은 금액이지만 세금납부를 소홀히 해 미납했던 것이 연체 기록으로 남아 신용점수를 깎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지금부터 신용 쌓기 서둘러야=창원에서 조선기자재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중소기업치고는 최대 10억원으로 신용한도가 높은 편이다. 신바젤협약 도입 움직임이 있었던 2년 전부터 일찌감치 신용관리를 엄격히 해왔던 덕이다. 박 사장의 신용관리 비결은 회계법인 직원을 스카우트하면서까지 회계 투명성을 끌어올린 것. 정기적인 회계감사로 기업 신인도를 높이고 회사 대출금은 물론 공과금도 절대 연체하지 않았다. 경영자인 자신의 신용관리에도 전력을 쏟았다. 특히 기업신용평가 전문업체인 한국기업데이터에서 정기적으로 신용평가를 받고 자문을 구하며 신용등급 높이기에 올인했다. 박 사장은 “서둘러 준비해야 나중에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해 2년 만에 이 같은 신용도를 쌓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의 신용도는 단순히 매출규모ㆍ담보 등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재무제표 같은 재무평가와 거래처, CEO의 능력, 산업재산권 등 비재무 평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신용등급을 매긴다. 장유환 한국기업데이터 전무는 “신용을 쌓는 데는 적어도 2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해 2007년 말 시행되는 신바젤협약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며 “중소기업 신용평가를 주도하는 한국기업데이터ㆍ디앤비코리아 등의 신용평가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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