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노하우 윈윈 협력 "더 큰 도약"<br>'자력성장' 집착 벗고 경영난 극복 도구 활용을<br>M&A 활발해야 창업열기 살고 자금도 선순환
[中企·벤처 M&A로 새 돌파구 찾아라] (上) M&A가 新성장동력으로
기술·노하우 윈윈 협력 "더 큰 도약"'자력성장' 집착 벗고 경영난 극복 도구 활용을M&A 활발해야 창업열기 살고 자금도 선순환
이상훈 기자 shlee@sed.co.kr
지난 6월 말 검색업체 첫눈의 지분 100%를 NHN에 넘긴 장병규(32) 사장.
자본금 10억원의 회사를 설립한 지 1년만에 350억원에 지분을 넘겨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첫눈은 지난해 5월 게임 포털업체 네오위즈에서 분사한 검색엔진 개발업체. 장 사장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직 정식 서비스도 개시하지 않는 첫눈의 기업가치를 극대화시켜 매각한 것.
일본 검색시장 진출을 원했던 NHN은 첫눈의 기술력을, 첫눈은 일본에서 이미 사업을 해온 NHN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져가는 윈윈 협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이같은 몇몇 M&A(기업 인수합병) 성공 사례들을 계기로 중소ㆍ벤처 업계에서 M&A의 중요성이 재삼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을 전후한 벤처붐 이후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한채 어려움에 처해있는 벤처기업들이 '자력성장'의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M&A를 현실적 한계 극복과 더 큰 도약을 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 경영난 가중…M&A필요성커져= 중소업체들의 수익성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M&A수요가 늘고 있다. 수익구조 악화는 대기업과의 하청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산업의 기술변화가 극심해지면서 기업의 생존기간이 짧아진 탓이다.
지난 2000년 초 가장 유망한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던 MP3플레이어 시장이 대기업의 물량 공세와 디지털 기기의 컨버전스 추세로 고작 5여년 만에 중소ㆍ벤처 기업의 무덤으로 전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도 글로벌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정부 역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방향을 보호위주에서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M&A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실제 코스닥 기업의 M&A(최대주주변경ㆍ합병ㆍ상호변경 포함) 건수는 ▦2000년 151건 ▦2001년 201건 ▦2002년 236건 ▦2003년 273건 ▦2004년 378건 ▦2005년 418건 ▦2006년 상반기 244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강 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소벤처 기업들은 상당한 시장 지배력과 다양한 사업부를 확보한 대기업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새로운 시장 트렌드에 관심을 갖고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M&A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M&A 수요 기반 확산, 인식전환은 미흡= ▦약정액이 3조원 수준에 육박하는 사모투자펀드(PEF) ▦관련 제도 정비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대기업 등으로 M&A 수요 기반은 한결 나아졌다.
벤처캐피털(VC)의 창업7년 이내 기업에 대한 경영지배 목적 투자 허용, 합병 차액에 대한 과세 이연 및 벤처기업에 대한 법인세 이연 등도 M&A수요 확충에 긍정적 요인이다. 요즘 한창 폐지 논의가 활발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경우에도 대기업이 M&A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맡기 위한 선결 요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증시에서 머니 게임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최근 우회상장 요건을 지나치게 강화한 것은 건전한 M&A시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벤처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상장기업과 상장기업과의 합병시 규제를 완화한 지 얼마안돼 다시 우회상장 강화 요건을 발표하는 등 지나치게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장의 자생적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M&A 관련 제도가 점차 정비되고 있는데 비해 업계의 M&A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박희덕 KTB네트워크 벤처유동화팀장은 "오너의 지분율이 예년 50~60%수준에서 최근에는 20~30%선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오너의 지분률 집착은 문제"라며 "이런 상황이다보니 (투자 기피로) 중소ㆍ벤처 기업의 은행 채무가 지나치게 많아 M&A의 장애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VC의 경우 자금 회수 수단으로 M&A 비중이 90%지만, 국내는 기업공개가 90%, M&A는 10%에 불과하다.
고정석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시장에서 M&A가 활발히 일어나야 움츠러든 창업 열기도 살아나고, 벤처캐피털의 자금흐름도 선순환을 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6/08/08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