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2일 주식시장과 환율시장이 크게 출렁이긴 했지만 장후반부터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재경부가 탄핵안가결후 해외투자자동향을 긴급점검한 결과 나라밖의 반응도 그리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월요일 시장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국가경제가 뿌리채 흔들릴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다. 여야의 극한대립과 국론분열에 따른 혼란이 심각한 사태로 치달을 경우 시장은 장기적으로 불안감이 지금보더 더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 반등시점이 더 관심=탄핵안 가결과 함께 820선을 위협받았던 종합주가지수는 840선을 회복하며 `시장충격`을 일단 흡수한데다 뉴욕증시 역시 큰 폭으로 반등해 기대감이 더 높은 상황이다. 역시 핵심은 국내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외국인의 동향이다. 대체적인 분석은 외국인들이 당장 주식을 팔지는 않을 것으로 요약된다. 박만순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지난 2001년 인도네시아 와히드 대통령 탄핵 때에도 외국인의 자금이탈은 없었다”며 “펀더멘털의 변화가 없는 한 외국인의 대량매도를 우려할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원화환율, 급등할 가능성 적어=외환시장은 주식시장보다 국가의 정치적 리스크에 더 민감하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원ㆍ달러환율의 안정을 점치고 있다. 지난 주말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은 큰 변화없이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NDF 1개월물의 경우 12일 오후 4시 싱가포르시장에서 달러당 1,184.00원이었으나 런던시장에서는 1,187.00원까지 올랐고, 뉴욕시장에서는 1,180.50원에 마감됐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적잖다. 서정광 LG증권 연구원은 “혼란이 계속될 경우 외국인들은 현재의 정치상황을 국가리스크로 볼 수 있다”며 “여전히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채권시장도 안정세 보일 듯=채권시장은 주가나 환율보다는 탄핵의 충격을 덜 받았다. 지난 12일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3%포인트 떨어진 연 4.57%로 마감됐다.
금주에도 금리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ㆍ사회적 혼란이 심해질 경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 같은 혼란상황은 발생하고 있지 않다. 특히 최근 채권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금리하락이 이미 진행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하락폭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외평채 가산금리도 안정세 전망=지난 12일 홍콩 채권시장에서 거래된 만기 10년짜리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는 탄핵안 가결로 한때 0.07%포인트까지 올랐으나 다시 하락하면서 0.05%포인트 상승한 0.73% 포인트로 마감됐다. 만기 5년짜리도 0.60%로 전일대비 0.0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그러나 일시적인 외평채 가산금리 상승으로 외화차입을 준비중이던 국내기업은 일정을 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대규모 외화차입을 계획하고 있던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 한국동서발전 등 공기업들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공기업의 한 외화차입 담당자는 “이번 탄핵사태를 국내 정치적문제로 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이 많아 작년 북핵이나 SK글로벌 사태 때처럼 `패닉`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가리스크가 부각돼 있고 테러사태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당장 차입에 나서지는 않고 시장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훈기자,조의준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