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초고속인터넷 대국(大國)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2007년까지 농어촌 지역에도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완비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게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정보통신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인 KT에 부과된 ‘공익성 보장 의무’가 올해 말로 해제됨에 따라 내년부터 산간ㆍ도서 등 농어촌 지역에 대한 인터넷 보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공익성 보장 의무란 과거 공기업이었던 KT가 지난 2002년 완전 민영화되면서 한시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정통부는 당시 고시를 통해 “KT는 2005년까지 전국 모든 농어촌 지역에 초고속인터넷을 위한 정보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통부는 연내 농어촌 지역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을 97%로 잡고, 나머지 3%는 2007년까지 완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정보화의 손길이 전혀 못 미치는 약 10만 가구에 최소한 ‘접근의 기회’는 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3%를 해소할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 서석진 정통부 광대역통합망과장은 “민영화 2기로 접어드는 KT에 계속해서 대규모 손실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기가 막막하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초고속인터넷을 생필품 개념의 ‘보편적 서비스’로 새로이 지정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되면 KT에 농어촌 지역망 구축 의무를 지우는 대신 투자 손실의 일부를 다른 기간통신 사업자들한테서 걷어 메워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다른 통신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된 유선전화ㆍ공중전화ㆍ긴급통신에 대해 손실 분담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초고속 인터넷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손실이 보상되지 않는다면 보편적 서비스 지정에 따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투자 효율성을 높이려면 일단 초고속인터넷을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한 뒤 위성을 이용해서라도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나중에 도달거리가 수십㎞에 달하는 무선 인터넷 ‘와이맥스’를 도입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