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30일] 'SI' 지나친 걱정은 금물

윤도경(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가정의학전문의)

멕시코와 미국에서 사람끼리 전염이 확인된 돼지 인플루엔자(SI) 감염자가 나오면서 우리 병원이 운영중인 여행자 클리닉에도 SI에 대한 문의가 많다. 특히 멕시코나 미국으로 여행 예정인 사람들은 더욱 걱정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돼지 독감의 여파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고 항공 여행업계는 피해가 현실화될 정도니 바야흐로 의료와 경제는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전염력·사망률 아직 불분명
사람 인플루엔자와 마찬가지로 SI는 사실 그 전부터 있어 왔다. 돼지 인플루엔자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며 기침ㆍ발열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폐사를 하게 된다. 이번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의 원인은 SI 바이러스로 유전체가 변형된 신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유전자 구조가 막대형이 아닌 토막형이기 때문에 다른 바이러스와 쉽게 자주 유전자가 서로 섞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특히 돼지는 자신의 독감 바이러스는 물론 닭ㆍ오리 등 조류 인플루엔자(AI)와 사람 독감 바이러스를 몸에 가지고 있으면서 2종 또는 3종 간 유전자 교환을 해서 항상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다. SI는 돼지의 겨울철 호흡기 질환으로, 전에는 같은 돼지끼리에서만 감염을 일으키고 사람한테 병을 일으킨 적은 아주 드물어 학계에 증례로 보고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의 SI는 사람끼리 감염을 일으키고 사망자가 보고됨에 따라 세계의 보건 관계자들이 확산을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염력과 사망률에 대해서는 자료가 아직 불충분하므로 지나친 걱정이나 낙관은 모두 금물이다. 보다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돼지 인플루엔자의 증상은 열, 기침 , 목 아픔, 두통, 오한, 피로 등으로 겨울에서 초봄에 걸쳐서 유행하는 계절성 감기와 증세가 비슷해 일반인들이 증상만으로 SI와 감기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멕시코 등지의 위험지역을 여행 한 후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SI는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물건을 만진 후 코나 입을 만짐으로써 감염될 수 있으며 감염된 사람들이 기침, 코 풀기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퍼트리고 이를 흡입함으로써 사람과 사람 간에 전파된다. 감염된 사람은 증세가 나타나기 하루 전부터 증세가 나타난 후 일주일 이상까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으며 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될 수도, 감염시킬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예방 수칙은 손 씻기라 할 수 있다. 15~20초 정도 따듯한 물과 비누로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더해 아픈 사람들과 되도록 접촉을 피하고 위생환경이 좋은 곳에 머물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몸을 건강히 유지하고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여행제한구역으로 지정해 당분간은 갈수도 없겠지만 부득이하게 지금 SI의 근원 발생 지역인 멕시코를 방문하게 된다면 돼지 축사같이 고 위험 지역은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겠고 사람이 많은 극장이나 시장 등의 방문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약 남용보다 예방에 힘써야
예방으로는 항바이러스제인 다국적제약사가 만들어 내는 타미플루와 리렌자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독감증상이 나타나자 마자 예방목적으로 이 약을 재빨리 투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고 남용할 경우 바이러스 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가족ㆍ학교 내에 SI가 발생한 경우나 SI가 확산 되고 있는 지역에서 활동해야 하는 의료인을 제외하고는 항바이러스 제제를 권유하지 않는다. 멕시코나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항바이러스 제제를 먹어야 하는 가에 대해서도 이런 기준을 참고한다면 항바이러스 제제를 예방 목적으로 먹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SI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으로는 감염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적절하게 익힌 돼지 목살과 삼겹살은 안심하고 즐겨도 된다. 또 국민 개개인들은 평소보다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과로를 피하고 술ㆍ담배는 최소한 평소 절반 이상 수준으로 억제해야 하며 손씻기를 자주하고 열이나 독감 증세가 있다면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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