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AKP는 41%의 득표율로 전체 550석 가운데 258석을 차지했다. 2011년 총선에서 5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총 327석을 차지했던 AKP는 4년 만에 지지율이 10%나 급락했다. 이어 공화인민당(CHP)이 132석, 민족주의행동당(MHP)이 81석을 차지해 뒤를 이었고 친쿠르드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이 79석을 확보했다. 특히 HDP는 의회진출 가능 득표율 10%가 넘는 11.97%를 얻어 사상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APK는 연립정부 구성에 착수해야 한다. 터키 언론은 AKP가 극우 성향의 제2야당인 MHP와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MHP는 물론 다른 야당들도 연정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경우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HDP는 이미 어떤 일이 있어도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CHP 대변인 할루크 코츠도 "도둑질과 부패 이미지로 각인된 AKP와 연정 협상을 벌일 수 없다"며 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권력 집중을 위해 정식으로 대통령제를 도입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야망도 무산됐다. 터키는 의원내각제에 대통령제를 가미한 형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에 AKP가 의사 정족수인 총의석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면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제를 도입하려 했다. 지난해 8월 터키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직선제에서 승리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줄곧 대통령제를 강하게 추진해왔으며 AKP도 이번 총선에서 대통령제 개헌을 정식 공약으로 내걸었다.
터키 정치 전문가인 이드리스 거소이는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했던 AKP로서는 선거 결과가 뼈 아플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대통령제 전환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 아슬란 킬리크도 "총선 패배로 대통령제 개헌을 노렸던 에르도안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친쿠르드 정당인 HDP는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HDP의 선전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결집과 동성애자, 환경,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지지하는 좌파성향 지지자들이 힘을 실어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5일 터키 동부지역 디야르바키르에서 HDP가 유세를 벌이는 중 폭탄이 터져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도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셀라하틴 데미타쉬 HDP 공동대표는 "자유를 원하는 모든 국민과 억압 받는 모든 사람, 모든 노동자, 모든 여성, 모든 소수자가 함께 승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