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혈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국민고혈압사업단(단장 강진경 연세대의료원장)`이 사업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관리 정책을 지나치게 근시안적 시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지난 2001년 우리나라도 인구의 고령화와 식생활 서구화에 따라 만성 퇴행성 질환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그 중 뇌혈관질환의 주원인인 고혈압의 유병율도 성인의 10∼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고혈압을 국가 주요관리 질병 대상으로 선정, 관련 질환의 체계적인 관리를 하기 위해 고혈압사업단을 설치, 적극적인 국민계몽과 조사연구 및 자가관리 시스템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사업추진을 위해 담배판매수익 등에서 들어오는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1차 년도인 2001년 2억원, 2차 년도에는 15억원, 3차 년도에는 30억원, 4차 년도에는 40억원, 2005년에는 50억원 등 총 117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정부는 심장혈관센터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고혈압관리에 경험을 쌓아온 연세대의료원에 사업단을 설치하기로 하고 2001년 10월 당시 이경호 보건복지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연세대의료원에서 현판식을 거행했다.
사업단을 통해 전국적인 고혈압관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표준화된 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위험요인평가체계를 통한 자기관리체계의 구축사업을 추진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당초 발표와는 달리 2001년 사업시작 때 2억원을 지원한 후 2002년 1억원, 2003년에도 1억원 규모만 지원하는 등 당초 계획과는 달라 사업에 큰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1에는 사업단에 고혈압관리사업을 국민건강증진기금사업 공모 8개 과제 중 성인병 등 만성질환의 예방홍보사업에 포함하겠다고 통보함으로써 고혈압사업을 아예 독립된 사업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국민고혈압사업단은 최근 운영위원회를 열고 지난 3년간 사업에 대한 평가와 함께 건강증진기금사업 수행기관 공모문제를 논의, 이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2004년 건강증진기금사업 수행기관 공모공고에 따르면 건강증진기금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는 8개 분야의 국민건강증진사업은
▲암예방 홍보사업
▲에이즈예방홍보교육
▲에이즈담당요원 훈련지원
▲에이즈감염인 관련 프로그램운영
▲성인병 등 만성질환의 예방 홍보
▲금연교육 및 캠페인
▲TV등 언론매체를 통한 금연홍보
▲절주 홍보교육 및 캠페인 등이다.
고혈압관리사업은 성인병 등 만성질환의 예방 홍보에 포함됐으며 지원예산은 예년 사업단에 지원했던 1억원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에이즈와 관련된 3개의 과제에는 총15억원, 금연관련 2개 과제에는 14억원, 절주 홍보교육 및 캠페인에도 5억원이 지원되는 것으로 되어있어 국민고혈압사업단 관계자들을 실망시켰다.
정부가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내놓은 고혈압관리사업의 진로는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