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SK㈜·KT&G 닮은꼴과 다른점

‘동병상련(同病相憐)’.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공격을 받고 있는 KT&G를 보면 힘겹게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난 SK㈜가 떠오른다. 사외이사를 추천해 이사회를 흔들고 회사의 경영권 행사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아이칸의 공격은 소버린의 자문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KT&G 측의 문의전화를 받았다”는 SK㈜ 관계자의 말처럼 KT&G 입장에서 SK㈜는 벤치마킹 대상의 하나이다. 하지만 SK㈜와 KT&G는 꼭 닮은 위기에 처했지만 결과가 같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을 못한다. SK㈜를 공격한 소버린은 투기자본의 영악함을 몰랐던 한국 사회에 ‘투명경영’과 함께 투기자본의 병폐를 분명히 깨닫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다. 소버린은 2년간 경영권을 위협하며 8,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세금 한푼 안 내고 챙겨갔지만 SK㈜의 투명성을 한층 강화시켰고, 여론을 잡으며 오히려 최태원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한발 더 나아가 소버린은 국내 기업에 투명경영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결국 전경련을 중심으로 재계가 투명사회협약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정부도 SK㈜ 사태를 계기로 외국계 투기자본의 역효과에 대해 고민하며 삼성물산의 M&A설로 차익을 거둔 헤르메스에 차익을 반환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이끌어냈다. 현재진행형인 KT&G를 보자. 똑같은 방식, 아니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지만 KT&G의 대응방식은 소버린의 공격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M&A 학습효과가 전혀 없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지배구조 개선, 투명경영 같은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투기자본의 M&A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의무공개매수제가 폐지되며 국내 기업의 적대적 M&A는 무장해제된 상태다. 오히려 그렇게 강조했던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무력화했다. 정부의 금융ㆍ산업자본 간 분리 원칙과 금산법 개정을 통한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출자총액규제 유지, 금융지주회사법 등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지배구조 개선의 목적이 기업 투명성 회복이었다면 이제 기업 경영권 방어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인수 자체를 어렵게 하는 독약조항(poison pill), 황금주(특정 주주에게 거부권을 부여하는 주식), 차등의결권제도, 엑슨플로리오(Exon-Florio),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의 경영권 방어장치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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