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과·생활용품도 '예술'에 빠지다

국내화가 작품 등 상품에 차용…'아트마케팅' 중견기업으로 확산<br>이미지 업그레이드로 매출 상승…작가 후원 통해 메세나 효과도

구스타프 클림트의‘여자친구들’ 등 이미지 차용한 애경 비누 ‘케라시스’



디자인에 예술작품을 차용하는 아트 마케팅이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하상림 화백의 작품을 디자인에 반영한 가전브랜드 ‘아트 디오스’시리즈, 삼성전자가 세계적 의상 디자이너들을 참여시켜 디자인한 ‘안나수이 폰’ 등 대기업의 아트 마케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중견기업들도 예술을 디자인에 적극 반영, 아트 마케팅에 승부수를 걸고 나섰다. 특히 국내 작가들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술과 문화를 후원하는 메세나 활동의 효과도 함께 거두고 있다. 해태제과는 올 5월 초코케익 ‘오 예스’의 새로운 패키지에 국내 작가 심명보 화백의 ‘새로운 천년의 열정(Passion for the New Millenium, 1000호)’ 이미지를 차용했다. 제품의 품질엔 변화없이 패키지 만을 바꿨지만 해태제과는 아트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월 30억원에 머물러 있었던 오 예스의 매출이 50억원으로 늘어난 것. 또 회사는 저작권을 포함해 심명보 화백의 ‘새로운 천년의 열정’을 구입해 남영동 본사 사옥 1층 로비를 장식, 심화백 후원과 아울러 대중에게 작가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오 예스의 매출 상승에 고무된 해태제과는 최근 출시한 아이스크림 ‘여유(女有)’ 시리즈에 이수동 화백의 ‘나들이’ ‘사랑에 빠지다’ 등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등 신제품에 예술작품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생활용품 전문기업 ㈜애경산업은 최근 모발제품 케라시스 브랜드에 바디클렌저와 비누를 추가하면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 ‘부채를 든 여인’ ‘여자 친구들’ 등의 이미지를 패키지 전면에 내세웠다. 출시한 지 3주밖에 되지 않아 구체적 매출 집계는 어렵지만, 소비자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예술 작품을 차용하는 아트마케팅 기법은 제과ㆍ생활용품 등 성장이 정체되거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쉽지 않은 산업일수록 더욱 중요하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문화적인 안목이 높아지면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예술작품이 그만이라는 것. 해태제과가 이수동 화백을 선택하는 데에는 중년 여성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화백은 달력, 백화점 현수막 등에 작품이 자주 등장하면서 30대 이상 중년여성들에게 익히 알려진 작가다. 애경이 에로틱하면서도 신비로운 채색이 특징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차용한 것도 2030세대 젊은 여성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시장조사 결과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소성수 해태제과 마케팅팀장은 “오 예스는 단순한 포장지 교체가 아니라 아트마케팅이 매출 상승으로 연결된 획기적인 사례”라며 “향후 예술작품 이미지를 상품에 차용하는 사례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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