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시장 구조개혁' 왜 나왔나

'외환시장 구조개혁' 왜 나왔나거래주체 늘려 시장주도권 분산 '체질강화' 외환당국이 우리 외환시장의 구조개혁에 나선 것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당위성에 업무장벽이 붕괴되고 있는 세계 금융의 흐름등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당국은 금융결제원등을 통해 직접 외환거래를 할수 있는 이른바 「인터뱅크 플레이어(INTERBANK PLAYER)」를 지금까지 은행과 종합금융회사로 제한했으나 앞으로는 증권·투신·보험등의 금융기관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그 파급효과는 광범위하다. 개인이나 기업체의 외화 환전창구가 확대될 뿐 아니라 시장의 외환거래패턴과 환율의 움직임마저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전기가 마련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논의는 이미 지난해말부터 시작됐지만 한동안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다시 급류를 타고 있다. 당국자들은 아직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최근까지 당국과 이 문제를 논의해온 업계 실무자들은 『이미 정부가 방향을 구체화해놓은 상태』라며 『시행시기와 세부적인 조정이 문제일 뿐』이라고 전하고 있다. ◇외환시장 체질강화 명분=당초 이 문제가 논의된 것은 지난해 10월경부터. 물론 비공개로 당국과 금융연구원, 업계의 일부 실무자들만이 의견을 교환했다. 논의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체질이 약하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는 데서 시작됐다. 하루 원달러 거래규모가 20억달러 안팎에 불과해 선진국에 비해 GDP(국내총생산)대비 외환시장 규모가 현저하게 작고, 몇몇 국내외 메이저급 은행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이어져 제대로된 「시장메카니즘」이 작동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 따라서 증권·보험등 대형금융기관들을 추가로 시장에 끌어들여 직접 외환거래를 허용해주면 거래규모도 늘어나고 시장의 주도권이 분산돼 선진화된 외환시장의 틀을 잡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은행합병 가시화되면서 급진전=검토가 시작된지는 오래됐지만 최근 갑자기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것은 은행의 합병이 가시화됐기 때문. 정부는 소수의 국내외은행들이 시장을 쥐고 흔들기 때문에 외환거래저변이 넓어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국내은행들이 다시 합병을 하게되면 시장참여자들의 숫자가 더욱 줄고 메이저들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된다는 것. 따라서 더이상 외환시장이 「소수의 지배」구도로 고착화되기 전에 새로운 틀을 짜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증권사들은 방화벽이 무너지고 있는 세계 금융의 추세를 명분으로 수면아래서 적극적인 로비를 펼쳐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긍정·부정 측면 교차=증권·투신·보험업계가 직접 외환거래를 하게 되면 당국의 의도대로 외환거래가 활성화돼 시장규모가 커진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체질이 강화된다. 하루에 20억달러가 거래되는 시장은 핫머니가 1~2억달러만 갑자기 들어와도 충격을 받지만 100억달러가 거래되는 시장은 어지간한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또 시장참여자들이 다양해지고 규모가 늘어나면 몇몇 메이저들이 마음대로 시장을 주무르기도 어렵다. 정부도 해묵은 환율조작의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다. 시장이 규모를 키워 안정적으로 움직이면 지금처럼 시장개입의 강도가 높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뱅크 플레이어」의 범위를 넓힐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보다 「위험」을 선호하는 증권업등의 생리로 볼 때 투기적거래를 지나치게 늘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증권사등의 「인터뱅크 플레이」가 허용되더라도 시장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종금사들은 오래전부터 시장에 들어와있지만 시장의 주체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제대로 시장에 참여하려면 은행과의 신용거래라인(FX LINE)이 최소한 1,000만달러 단위는 넘어가야 「인터뱅크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은행이 그정도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은행관계자는 『삼성증권·삼성생명등 몇개사가 손꼽힐 뿐 당국의 구상처럼 급속도로 환거래 저변이 확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아있는 쟁점=증권사등의 직접외환거래를 풀더라도 대고객 외환업무까지 한꺼번에 허용할지는 아직 확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환전업무마저 개방되면 은행권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돼 최후까지 반대입장을 고수할 방침. 그러나 당국은 은행간 거래에 끼워주면서 대고객업무를 제한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합당치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6/02 17:3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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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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