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국, 너나 잘하세요

미국은 이민자들로, 서로 다른 민족으로 만들어진 국가지만 이제는 그들만의 나라로 살기를 원하고 있다. 정치ㆍ사회ㆍ경제ㆍ예술 분야에까지 그야말로 사방의 모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다. 마치 구한말의 쇄국정책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미국의 쇄국은 특히 아랍인에게 더욱 심각하다. 연극 ‘관타나모-자유수호를 향한 훈장’ 출연자인 무슬림계 영국배우 모하메드 아자미(67)씨는 이 연극을 공연하기 위해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자미씨는 가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노동비자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지 그가 테러 용의자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대만계 미국인인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도 미국의 이러한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4일 미국 하원 공청회에서 자신과 협연을 했던 이란 음악가의 경우 그동안 수차례 미국을 드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자를 받는 데 몇 달씩 걸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미국의 높은 문턱이 음악가나 예술가에게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쇄국은 나와 다른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오만으로 연결된다.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미국의 항만운영권을 얻은 아랍에미레이트(UAE) 기업에 ‘국가안보’라는 칼날을 들이대 운영권을 다시 빼앗고 이민자들을 아무때나 범죄자 취급하도록 하는 이민법 개정안도 내놓았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는 테러리스트로 추정이 되면 재판도 하지 않고 잡아 가두고 고문을 하는 인권유린 행위가 이뤄진다. 이곳에서는 국제법도 필요 없다. 더 큰 문제는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미국의 태도다. 자신의 집 현관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안방까지 내놓으라며 다그친다. 우방으로 자처에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개성공단의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저임금을 받고 있다느니, 한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법을 적용해야 한다느니, 공기업 민영화가 너무 늦다느니 하며 딴지를 걸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을 휩쓴 최대의 유행어가 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하세요”가 그것이다. 자신의 허물은 감추고 남 탓하기를 좋아하는 현대인의 무책임함을 꼬집은 유행어다. 요즘 미국을 보면 자꾸 이 ‘명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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