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대란으로 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생산품 출하뿐 아니라 원ㆍ부자재 수급에도 비상이 걸린 기업이 속출해 산업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을 기점으로 생산품을 출하하지 못해 걱정하는 기업보다 원ㆍ부자재를 확보하지 못해 고통받는 기업이 더 많아졌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원ㆍ부자재를 쌓아놓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just in time) 들여온다”면서 “물류대란이 엿새째에 접어들면서 자재 창고가 바닥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학ㆍ화섬 조업중단 가시권=대형 유화사에 핵심 원ㆍ부자재 공급을 의존하는 중소형 화학 회사와 화섬업체는 조업중단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여천ㆍ대산 등지의 대형 나프타분해공정(NCC) 기업들의 생산품 출하가 이미 지난주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특히 구미ㆍ김천 지역 화학 및 화섬 기업들은 원ㆍ부자재 창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한 관계자는 “㈜코오롱의 구미 화학공장과 김천 화섬공장 모두 생산품 출하와 원재료 반입이 어렵다”면서 “원재료 재고분으로 최대한 버틴다는 입장이지만 이제 창고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소연했다.
울산 지역의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공장마다 서로 원료 수급관계로 얽혀 있어 내가 출하를 못하면 남도 원자재를 못 받는 셈이 된다”며 “산업단지마다 원재료 부족으로 연쇄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화주들이 나섰지만…=이날부터 현대ㆍ기아차 계열 물류 전담회사 글로비스를 비롯한 몇몇 대형 화주사들이 화물연대와의 직접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상황은 ‘시계제로’다.
여전히 화주사들은 ‘화물차 기사들과의 계약 주체는 운송사’라는 이유로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주사들이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협상단을 꾸리지도 못하고 있다.
대산 지역 유화업체의 한 관계자는 “결국 목이 더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형국”이라면서 “가장 급한 업체가 협상에 먼저 나설 것이고 나머지 업체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날 전국 사업장별로 30개 이상의 업체가 화물 운송운임 인상안을 타결했지만 화물운송이 즉각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
여수산업단지 업체들은 화물연대와 운송료 13% 인상에 전격 합의했지만 실제 운송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수 지역 대형 유화사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곳곳에서 운송방해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차주들이 실제로 업무에 복귀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럴 때 비까지 오다니=이날 지역적으로 큰 비가 내려 생산제품을 야적해 버티는 기업체들은 ‘비와의 전쟁’까지 치러야 했다.
대산 지역 석유화학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품이 비가 들어가면 못쓰게 된다”면서 “비가 오는 날은 야적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이 평소의 네 배 이상 들어간다”고 한숨지었다.
지난 17일 하루 동안 휴무했던 광주삼성전자 공장은 이날 조업을 일시 재개했지만 여전히 운송에는 애를 먹고 있다. 장맛비로 야적작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측은 “사실 제품을 계속 생산해야 물량 운영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상황을 지켜본 뒤 다시 조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별로는 부산 지역 조선기자재ㆍ철강ㆍ기계ㆍ신발산업의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며 인천은 철강업계의 타격이 가장 심하다. 군산 군장산업단지는 GM대우 오토앤테크놀로지가 플라스틱 원자재가를 받지 못해 이날 낮 조업을 중단했다.
충남 지역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석유제품을 수송하는 탱크로리가 멈춰서 일선 주유소의 저장탱크가 바닥나고 있다.
주유소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충남 지역 일부 주요소는 이틀치 판매량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