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 항구 두 이름/이학인·사회부(기자의 눈)

부모가 아이의 이름을 각기 달리 지어 부른다면 난센스라 할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는 정부사업에서 빚어졌다. 아산만신항의 이름을 「평택항」과 「아산항」으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경기도와 충남도 두 지자체에서 서로 자기 성을 따르라 주장하자 해양수산부는 양쪽 모두를 서운하게 할 수 없다며 두개의 이름을 지어줬다. 지역이기주의가 빚은 희대의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본지 12일자 39면 참조>군산­장항간의 갈등도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작년 충남도에 대산해양수산청이 생기면서 충남도 시군의회와 지역단체들이 나서 이전까지 군산해양수산청 관할이었던 장항항을 대산청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항에서 군산청까지의 거리는 불과 20분, 대산청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행정편의적인 면에서는 이관을 고려할 소지가 전혀 없다. 하지만 충남 지역단체들은 충남의 항구가 전북 기관의 산하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이 지역 정서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자체간의 첨예한 대립을 조정해야 하는 해양부의 곤혹스런 입장에는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중앙행정부서의 줏대없는 처신이 지역이기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1항2명의 해프닝은 여실히 보여준다.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안일한 발상이 「코미디행정」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한 항구 두 이름이 개항이후까지 지속된다고 생각해보자.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떠나 입출항 선박들이 겪어야 할 혼란은 예삿일이 아니다. 항만은 외국에 한국을 알리는 얼굴과도 같다. 또 항만의 기능은 안전하고 편리한 선박의 항해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외국의 선박들에는 특히 그래야 한다. 중앙정부의 주된 기능은 지역간의 갈등을 한차원 위에서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중앙정부는 그런 역할을 포기한 상태다. 지자체들도 무분별한 지역이기주의로 국가사업을 더디게 만들고 행정의 낭비를 초래하는 일을 삼가야겠지만 이에 앞서 중앙정부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갈등조정 능력이 매우 아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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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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