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코리아 리스크'를 보는 시각

손성원 LA한미은행장

어떤 나라건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측정할 때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 정치적 리스크와 경제적 리스크가 그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적 리스크보다 훨씬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또 삼성이나 현대 같은 한국 기업은 미국은 물론 중동 지역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됐다. 하지만 정치적 리스크는 다른 문제다. 한국의 정치적 리스크는 국내 정치와 북한 문제에서 비롯된다. 한국을 바라보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이미 오는 2007년 대통령 선거에 따른 정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각 당 안팎의 대립과 머리싸움은 치열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선거로 인해 중요한 경제개혁들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월가의 한국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재보선 결과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이 무너지면서 우리당이 군소 야당과 연합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연합이 이뤄지면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우리당의 공약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내 정치 리스크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한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이루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한국 밖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민들보다 한반도 전쟁 위험이 높다고 느끼고 있다. 설령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상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과 관련된 정치적 리스크가 큰 변화를 보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월가는 일부 한국인들, 특히 젊은이들이 미국을 남북한 사이의 평화정착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 전문가들은 2007년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반미시위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미시위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의 경제적 리스크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 있어 정치적 리스크만큼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 경제적 리스크는 정치적 리스크와 연관해 평가할 때만 걱정거리로 간주될 뿐이다. 한국의 경제적 리스크 중 하나는 노동조합과 관계가 있다. 한국 노조의 호전성은 월가에서도 유명하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노조를 무서워한다. 심지어 한국 기업인들조차 호전적인 노조를 피해 생산기지를 중국이나 다른 국가로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월가의 한국 전문가들은 의미있는 노동시장 개혁을 바라고 있다. 만약 한국정부가 비정규직 고용 확대를 추진한다면 노조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경제적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월가는 또 한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않고 있다. 현재와 같은 부진한 경제상황 아래서 재정정책은 확장적인 것이어야 한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재정상황은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정 팽창에 나설 여지가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인상한 한국정부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재정긴축정책에 해당한다. 투기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주택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방향도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8개월째 3.25%에 묶어놓고 있다. 한국의 유동성은 매우 풍부하다. 초저금리 아래서 막대한 자금이 갈 곳은 부동산밖에 없다. 만약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한다면 부동산투기 열기가 식고 더 많은 자금이 부동산 이외의 곳으로 흘러갈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인플레 전망은 양호한 편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인플레지수는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 원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인플레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내수 수요 또한 인플레이션을 통제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또 하나의 경제적 리스크는 세계경제다. 고유가는 아시아ㆍ유럽 등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석유가 나지 않는 한국은 고유가에 따른 충격이 크다. 한국의 최대시장인 중국 역시 고유가로 고통받기 시작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5%대에서 올해 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되면 국제무역은 둔화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부정적이다. 이 같은 요인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7%에서 올해 3%대로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한국정부가 높은 세금과 위협을 통한 부동산억제정책을 완화한다면 경제성장 구조가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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