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정보시스템 개발로/기존 의료영상관리 대혁신/PC로 수초내 해당환자 X레이·CT 등 확보/시간·인력·공간낭비 크게 줄여 진료 전념가능대개는 잘 모르지만 병원에는 도서관 비슷한 게 있다. 이곳에 들어가면 긴 서가에 무언가가 가득 들어 차 있다. X레이, CT, MRI 등 환자를 진료할 때 생긴 의료영상들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이런 장소가 보통 서너 개 씩 있다. 평수로 치면 수백평은 족히 넘는다.
문제는 이런 의료영상들이 매일 수천장씩 쏟아지고 또 의무적으로 보관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병원으로서는 이를 보관하기 위해 날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공간을 확보해야하는 셈이다. 공간확보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시간과 인력의 낭비도 엄청나다. 의료영상은 반드시 다시 쓰인다. 재진환자가 병원에 오면 과거의 병력을 알기 위해 반드시 이 자료가 필요하다. 병원에 가면 인턴 레지던트 등 고급인력이 허둥지둥 뛰어다니는 상황을 어렵잖게 볼 수 있는데 X레이같은 의료영상을 찾기위해서라고 보면 틀림없다.
서울 풍납동에 있는 중앙병원에도 현재 이런 장소가 세 개나 있다. 그러나 중앙병원에서는 조만간 이 장소가 불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X레이 필름을 찾아 이곳 저곳을 오갈 필요도 없어질 전망이다. 필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관할 인력도 당연히 없어지게 된다.
PACS(Picture Archiving & Communication System)라는 최첨단 의료정보시스템이 의료영상을 보관할 장소와 찾는 일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중앙병원과 현대정보기술(대표 김택호)이 공동 개발, 최근 가동에 들어간 PACS는 의료영상을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의사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불러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첨단 의료정보시스템이다. 이는 ▲의료영상을 취득·저장하는 입력저장부문 ▲이를 의사의 사무실에 전달하는 전송부문 ▲의사가 최종적으로 검색하는 출력부문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입력저장부문이 기존 저장장소를 대신한다. 또 출력부문은 PC나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으로 구성된다. 이 부문에서는 의료영상 찾는 것을 대신해준다. 의사는 자기의 PC에 환자번호만 입력함으로써 수초내에 해당환자의 의료영상을 볼 수 있다. 저장부문과 출력부문은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PACS 구축팀장을 맡았던 방사선과 전문의 윤봉식 박사는 『이렇게 생긴 유휴인력과 장소를 병원 본연의 업무인 환자진료에 쓴다면 대환자 서비스가 크게 개설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병원에서 PACS를 가장 많이 이용해야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 김창진 박사는 『PACS가 가동되면서 일하기가 편해져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박사는 특히 『잡무가 줄어들어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학업과 환자돌보는 데 더 열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앙병원 PACS실에 막 들어서면 처음에는 무슨 전산센터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갖게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오고 경외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이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