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없는 마우스, 뒤로 넘어져도 볼이 빠진다」「원수는 채팅룸에서 만난다」
「청계천에서 컴퓨터 난다」
90년대의 특징중 하나는 PC통신과 인터넷이 유머 공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전만 해도 참새 시리즈, 식인종 시리즈 등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지만 PC통신이 등장하면서 사이버 공간은 가장 넓은 웃음 바다로 변했다. 특히 올해는 인터넷·컴퓨터·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스타크래프트를 패러디한 「학교크래프트」도 그중 하나. 스타크에 나오는 각종 병사와 무기를 학교에 있는 사람들로 비유했다. 다음은 그중 일부.
날라리-모범생이 변화해서 만들어진다. 상대편에게 가래침을 뱉어 공격한다. 담배팩을 하면 공격력이 상승한다(담배팩은 화장실에서 업그레이드한다).
여선생-교무실에서 생산한다. 아군 병사에 체력을 회복시켜 준다. 미니스커트와 민소매티는 100% 회복효과를 보여준다.
올 상반기에 어린이들을 열광시킨 「텔레토비」도 풍부한 유머 소재로 활용됐다. 최고의 히트작은 텔레토비와 국회의원의 공통점을 다룬 유머다.
텔레비전에서 자주 본다, 떼지어 몰려 다닌다, 돔형 지붕으로 만든 집이 주 생활무대다,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밥은 굶지 않는다, 색깔로 구별한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똑같은 말을 몇번씩 반복한다, 주로 입으로 먹고 사는데 가끔씩 몸으로 때우기도 한다, 자기들끼리 결정하고선 매우 즐거워 한다, 사람인 척 한다 등이 공통점이다. 웃기에는 너무 뼈 아픈 유머다.
「비교 시리즈」도 인기 유머. 비교 시리즈는 대립하는 두 존재를 통해 세상을 풍자하곤 했다. 먼저 아줌마와 아가씨 비교.
목욕탕에서 수건을 몸에 두르면 아가씨, 수건을 머리에 두르면 아줌마다.
모임에서 서로 언니, 언니 하면 아가씨, 서로 형님, 형님 하면 아줌마다.
여자와 남자에 대한 비교도 있다.
애교 부릴때 여자는 「아이이잉~」 한번이면 만사 OK다. 남자는 「아이이잉~」 한번 했다가는 맞아 죽거나 남자 세계에서 버림받는다.
입으로 전해지는 유머 시절에는 유머 원작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사이버 사회에서는 기록이 남는다. 뛰어난 유머 작가는 책을 펴내 돈방석에 앉기도 한다. 팬클럽까지 나올 정도. 요즘은 나우누리의 견우칠사(ID) 씨가 여자친구와 사귄 이야기를 유머로 써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섹스 이상 가는 유머 거리는 동서고금을 통틀어도 없다. 사이버세계도 마찬가지. 올해는 미국·일본·한국의 성문화를 비교한 유머가 인기를 끌었다.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갖기 전에 하는 일.
미국-사실 관계 갖기 전까지는 상대방이 누군지도 몰랐다.
일본-가죽 부츠를 신고, 가죽 장갑을 끼고, 상대를 묶은 뒤 채찍을 손에 쥐고 초에 불을 붙인다.
한국-사랑. 남녀가 이별한 후 하는 행동.
미국-절친한 친구로 지낸다. 가끔 재결합도 한다.
일본-가끔씩 만나서 한다. 정말 독특하다.
한국-상대방보다 행복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발악한다.
PC통신의 독특한 그림유머는 올해도 이어졌다.
김상연기자DREA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