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48은 시급한 수였다. 마음 같아서는 참고도1의 백1로 좌변을 챙기고 싶지만 그 뒤가 심히 켕긴다. 흑이 2로 하나 몰아놓고 4로 패를 따내면 상변 백대마는 안형이 하나도 없는 형편이다. 백5, 7로 달아날 수밖에 없는데 이 코스로 두어나가다간 상변이 시커멓게 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팻감인데. “흑이 쓸 수 있는 팻감이 전혀 없잖아”(김성룡) “살자는 팻감밖에 없어요”(조한승) 백50은 얄궂은 팻감이었다. 흑51로 두점머리를 얻어맞아서 그 다음 운신이 심히 거북하게 된 것이다. 흑에게는 53이라는 즐거운 팻감이 있다. 백58 역시 얄궂은 팻감이었다. 흑59로 단수를 얻어맞고 나면 부분적으로 손해가 분명하지만 다른 팻감이 없으므로 할수없이 쓴 팻감이었던 것이다. “이창호가 또 당할 것 같은데”(서봉수) 또라고 말한 것은 3개월 전에 베이징에서 치른 후지쯔배 8강전을 말함이었다. 바로 며칠 전에 소개한 그 바둑이다. “그때처럼 어복에서 빵때림을 허용하고 쩔쩔매다가 불계로 깨질 것 같다는 얘기군요”(김성룡) 이세돌이 59로 단수치자 이창호는 난감하다는 듯이 다시 10분을 망설였다. 빵때림을 허용하자니 속이 상하고 그렇다고 움직이자니 전도가 불투명하다. 진퇴양난이다. “못 움직일 겁니다”(조한승) 조한승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10(7은 이음)을 주르륵 놓아보이며 백의 무리한 싸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