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재영의 남성학] 코에 관한 오해의 역사

코의 크기와 남성 심벌 크기는 무관

‘허리는 짚동 같고, 엉덩이는 부잣집 대문짝, 주둥이는 두꺼워 썰면 두 사발은 되겠고, 속옷을 입었기로 거기는 못 보아도 입을 보면 짐작하고…. 행실로 볼작시면 양식 주고 떡 사먹기, 코 큰 총각 술 사주기.’ 판소리 심청전에 묘사된 뺑덕어멈의 외모와 행실인데, 입을 보고 음문의 크기와 모양을 추측하고 코를 보고 남근을 짐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오해는 아직도 유효해 많은 사람들이 입이 큰 여자는 그 곳도 크고 헤프다고 생각하며 코가 크면 남성의 심벌이 장대하고 대머리는 정력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오해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이 ‘패관잡기’에 수록되어 있으니, ‘비승어양(鼻勝於陽)’이다. 음사를 몹시 좋아하는 여인이 있어 평생소원이 양물이 큰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코 큰 남자 만나길 학수고대하다 장터에서 행색은 보잘 것이 없으나 주먹만한 코가 우뚝 달려 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해서 교태를 부려 집으로 청하여 산해진미로 환심을 산 다음 교접을 하려고 잠뱅이를 벗겼더니 아이들 것처럼 매우 작고, 그마저 몇 번 일렁이더니 제풀에 시들어 버렸다. 그래서 ‘코 값도 못하는 것’이라고 한탄했다는 이야기이다. 신세대식 한자성어로 과대포장(過大包裝)이라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일이 서양 역사에도 있었으니 주인공은 나폴리의 여왕 요한나이다. 그녀 역시 코가 크면 심벌도 크다는 속담을 믿고 코가 유달리 큰 헝가리의 앤드루 왕자와 결혼했다. 그러나 그녀는 첫날밤 속담이 엉터리임을 깨닫게 되었으니, 남편의 심벌이 작고 가늘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성적 불만이 쌓여갔던 그녀는 결국 남편을 교살했으니 그녀의 호색을 탓해야 할지, 앤드루 왕자의 가냘픈 심벌을 원망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의학적으로 볼 때, 7㎝ 내외면 성생활에 지장이 없다. 물론 굵기와 길이, 강직도 등이 마찰력에 영향을 주어 성적 쾌감에 작용을 하는 것은 분명하나 성행위는 심벌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다소 왜소하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다만 눈에 띄게 단소 음경이거나 왜소 콤플렉스로 인해 성생활에 자신감을 상실하고, 나아가 조루와 발기력 약화와 같은 증세를 경험한다면 전문의의 도움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