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4월 13일] 북한의 소행이라면

차가운 바닷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답답하게 갇혀 있을 그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부디 살아 있기만을 바라던 막연한 기대와 간절한 희망은 시간이 흐르면서 절망과 체념ㆍ분노로 돌아섰다. 비록 살아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산화한 그대들을 우리는 오래도록 영웅으로 기억할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온갖 억측과 추측이 무성하다. 저마다 전문가가 돼 의문과 의혹을 제기하며 군과 정부의 무능력을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선체 인양과 함께 침몰 원인과 배후는 조만간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예단하지 말자'는 신중론에도 불구, 천안함은 외부폭발에 의한 침몰로 가닥이 잡혔다. 책임문제 언급은 시기상조 나아가 사고 원인에 대한 미묘한 변화 조짐과 함께 천안함 침몰 배후에 북한의 개입 개연성도 더욱 높아졌다. 심증은 가지만 아직 확실한 물증이 없을 뿐이다. 일부 철없고 넋 나간 세력들은 북한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시위까지 했지만 'UFO 외계인의 소행'이 아닌 이상 북한이 혐의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천안함 인양과 실종자 수색 등 사고 수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 북한의 소행으로 최종 결론이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인가 하는 점은 또 새로운 부담이다. 아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마당에 책임 문제 언급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것이 밝혀질 경우 갑갑해진다는 게 문제다. 우리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웅산 테러와 KAL기 폭파사건 등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일을 번번이 당하고도 그동안 북한을 한번도 제대로 손 봐주지 못했다. 북한 역시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를 한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만큼은 화끈하게 정밀타격 등의 이스라엘식 응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과 같은 경제ㆍ외교적 대북제재와 압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야 어디 그들뿐일까. 북한은 우리가 국가적 대사를 앞둔 시기에 대규모 도발을 감행한 적이 많다. 이번에도 만약 북한의 소행이라면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잃을 게 없으면 무모하고 과감해지게 마련이다. '홧김에 뭐 한다'고 북한은 현재의 상황을 뒤집어 엎기 위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불량 집단이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이 누적된 내부 위기를 밖으로 돌리기 위해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는 등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다. 세계 최고의 감시망을 자랑하는 미국과 천안함 사고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북한을 무작정 코너에 몰아 윽박지를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싸움없이 굴복시킬 묘안 찾아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북한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북한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로서는 남북 충돌을 막아야 하며 바늘구멍 같은 작은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기는 것이 최상의 용병법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 남을 이기는 것이 최상이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싸우지 않고도 북한을 굴복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이 다시는 불장난을 하지 못하도록 따끔하게 본때를 보여주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달래가면서 악에 바친 저들을 다독거리는 작업과 노력이 필요하다. 궁구막추(窮寇莫追). 피할 곳 없는 도적을 쫓지 말라고 했다. 궁지에 몰린 적을 모질게 다루면 해를 입기 쉬우니 지나치게 다그치지 말라는 말이다.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섞은 우리 정부와 군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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