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주목해야 할 지자체들의 '도시외교'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국 광저우를 방문해 빨간 바지 차림으로 거리에 나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발길을 끊은 중국 여행객을 다시 서울로 불러 모으기 위해 직접 현지서 관광 세일즈를 한 것이다. 이날 행사가 열린 광저우 베이징루에는 7,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서울의 명동과 같은 곳인데 예상보다 많이 몰린 인파 때문에 '박 시장 일행이 앞으로 전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서도 똑같은 로드쇼가 진행됐다.

박 시장의 빨간 바지 차림이나 인파 규모도 놀랍지만 거리에 2~3명만 모이면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중국 당국이 수천 명을 몰고 다닐 박 시장의 로드쇼를 전격 허용했다는 점은 더 놀랍다. 다음달 전승절 기념행사를 앞두고 일체의 군중 행사가 금지된 비상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교가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그동안 다져놓은 '관시(關係)'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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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취임 후 중국을 네 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각 성의 주요 도시 시장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지난 2013년 서울-베이징 자매도시 20주년 행사를 위해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왕안순 베이징시장과 '형 동생 하자'며 친분을 쌓아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중국 산둥시를 방문했을 때 박 시장은 공산당 교육기관인 산둥당교에서 외국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강연을 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연꽃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푸른 이파리의 도움이 없었다면 진정한 연꽃으로 피어나기 어렵다'는 뜻의 중국 속담인 '하화수호(荷花雖好) 야요녹엽부지(也要綠葉扶持)'를 인용하며 양국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보기에 따라 지나친 미사여구가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어려울 때 진정 내 편이 돼 줄 '관시'를 위해서는 봐줄 만한 '노력'들이다. 야외 집회가 철저히 금지된 중국의 심장과도 같은 베이징 등서 수천 명이 몰린 서울시의 로드쇼가 성공한 것은 도시외교를 통한 서울시의 '관시'를 빼놓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박 시장뿐 아니라 원희룡 제주지사나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미국이나 중국 등서 도시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 지사는 박 시장과 같은 기간 중국을 방문해 제주를 세일즈했고 남 지사는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주지사 등을 만나 관계를 다졌다. 지난해 남 지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지자체들이 외자 유치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이나 중국·러시아·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활동을 통해 실력자들과 친분을 다져놓는 것도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며 "지자체들이 나서 도시외교를 강화하는 것이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지방정부가 나서 도시외교를 한들 뭐 그리 대단할 것이 있겠느냐며 평가절하를 할지 모르지만 정부가 놓친 외교의 빈틈을 메워주는 수단으로 지자체의 도시외교를 더 권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지자체들이 북한의 주요 도시를 하나씩 맡아 문화나 스포츠 분야에서 교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과감히 물꼬를 터 주는 방안도 고민해볼 일이다.

/김홍길 사회부 차장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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