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기에 `오대수`라는 남자. 너무나 평범해 영화주역과는 거리가 멀 듯한 이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증발`당한다. 군만두나 넣어주는 사설 감옥에 갇힌 남자를 지켜보는 관객도 사실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이런 사람을.
이 남자가 8평 감옥에서 보낸 기간은 무려 15년. 그간 무슨 일이든 일어났을 거라는 영화적 기대는 다시 한 번 배반당한다. 올림픽과 문민정부, IMF와 월드컵까지 `TV`로 겪어낸 남자는 슬그머니, 너무 극적이지 않아 짜증날 만큼 조용히, 다시 세상 밖으로 풀려 나온다.
21일 개봉할 `올드보이`는 `갇힌 남자` 오대수(최민식 분)와 `가둔 남자` 이우진(유지태 분)의 복수극을 다룬 작품이다. 갇혀 있던 자의 복수와 가둔 자의 복수가 엉켜진 실타래를 풀 듯 하나 하나 껍질을 벗는다. 도입부의 불편함이 이미 예고하듯 작품은 자기 시선에 집착한 `보기 드문`한국 영화임을 시종 각인시킨다.
`복수극과 (원인이 되는) 한 여자`라는 단서 외엔 아무 장치도 공개하지 않았던 `올드보이`는 다소 충격적인 결말 덕택에 `계산된` 파장을 시사회장에 던지는 데도 성공한 모습이다. 여기에 개봉 전 한국영화 수출 최고가를 이미 경신했다는 소식이 더해지며, 올해 등장한 어느 한국 영화보다 강렬한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사실 `올드보이`는 그저 그런 복수극과는 분명 차별성이 적지 않다. 근친상간과 인간 개조, 잔혹과 폭력의 메시지 같은 내면에 대한 성찰이 주섬주섬 풀어져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에너지를 증폭시켜가는 감독의 솜씨는 흥행작 `공동경비구역JSA`와는 사뭇 다른 것이지만 전작 `복수는 나의 것`에서 충분히 확인된 바다.
하지만 `올드보이`를 `복수는…`과의 오버랩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긴 힘들 것 같다. `복수는…`의 미장센이 치밀하게 한 컷 한 컷 계산된 신(scene)을 겨냥한다면 `올드 보이`의 그것은 물샐 틈 없이 둘러선 메시지 전개와 스토리 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작품의 원작이 만화임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각종 `고품질` 재료를 담아낸 그릇이 어쩔 수 없이 비현실적이어서 제작진의 수고를 느끼게 되는 만큼 아쉽다. 카메라 앵글은 다소 부드러워졌지만 감정의 과잉이 때로 몰입을 방해한다.
<김희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