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카드 무엇이 문제인가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것이 신용카드산업이 이젠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작년까지 2조4,000억원 흑자에서 올 1월에만 4,000억원의 적자로 전환했다. 이처럼 신용카드사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신용카드발 금융위험이 최근의 경기 불확실성과 더불어 현실로 닥쳐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신용카드발 금융위험의 전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하여 신용카드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신용카드사의 경영환경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연체를 기준으로 2001년말 3.8%에서 2002년말에는 8.8%로 급증했다. 올 1월에는 11.2%까지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SK글로벌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장에서 카드채권은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 천덕구러기가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카드사의 중요한 자금조달원 중의 하나인 카드채의 발행이 막히면서 카드사들이 유동성위험이 증폭됐다. 카드사들의 경영이 이렇게 급격히 악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카드사들의 방만한 경영때문이다. 카드사들은 2000년 이후 시장선점을 위해 무분별한 출혈경쟁을 했다. 신규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고 고객의 신용도를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했다. 또 업체별로 수백억원대의 비용을 들여가며 제휴업체에 무료서비스와 할인경쟁을 벌였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외형경쟁에만 주력했을 뿐 정작 외국의 기업처럼 수익을 창출할 때 불황에 대비한 구조조정은 소홀히 했다. 두번째는 신용관리시스템의 취약성이다. 이는 높은 연체율상승이 잘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일부 신용카드사는 그 동안 신용관리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해 투자한 것은 사실이다. 고객의 신용관리시스템은 체계적으로 수집관리된 정보, 선진화된 신용평가모형, 신용위험관리 전문인력이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 그리고 신용위험관리는 신규고객에 대한 위험관리와 기존고객에 대한 위험관리로 나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위험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카드사를 국내에서 찾아보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카드사들은 신용관리시스템의 설치와 전문인력의 투자를 통한 신용관리의 고도화에 노력하고, 금융당국의 감독 및 정책도 이점을 중요시해 이뤄져야 한다. 셋째는 신용카드사의 자금조달 구조가 단기로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국내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이자 카드사들은 조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너무 단기차입금 위주로 자금을 조달했다. 99년 5조9,000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이 2001년에는 15조원, 2002년에는 30조원을 웃돌았다. 이런 조달구조의 불균형 때문에 최근 카드채의 발행이 어려워지고 카드사의 유동성위험에 빠진 것이다. 감독당국은 이런 위험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적정한 자금조달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는 카드이용자들에 대한 교육부족과 회전카드의 비활성화다. 국내 카드이용자들은 카드를 본래의 기능인 지불결제기능보다는 자금융통기능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현금서비스의 점유율이 카드이용액의 70%에 이를 정도로 높다. 반면 자금융통기능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회전카드는 도입된 지 얼마 안되지만 아직까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 및 카드사들은 회전카드를 활성화시켜 자금융통기능을 흡수하고, 카드이용자들로 하여금 카드 본래기능인 지불결제기능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카드산업이 건전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직접규제보다는 신용평가시스템 등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간접규제를 통하여 카드사들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방향으로 감독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만 큼 경영자들이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책임을 중시한 감독정책도 요구된다. <김대익(하나경제연구소 연구위원ㆍ經博)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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