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창조 산업과 미술


영국은 지난 2001년부터 미술을 미래성장동력인 창조산업으로 규정하고 육성하고 있다. 영국 문화미디어 스포츠부(DCMS)는 창조산업을 개인의 창조성ㆍ기술ㆍ재능 등을 이용해 지적 재산권을 설정하고 이를 활용해 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산업으로 정의한다.


창조산업은 미술품ㆍ건축ㆍ광고ㆍ비디오ㆍ음악ㆍ공연예술ㆍ골동품ㆍ공예ㆍ디자인ㆍ패션ㆍ영화ㆍ사진ㆍ출판ㆍ소프트웨어ㆍ컴퓨터게임 등 다양한 산업을 포함한다. 영국의 창조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6.4% 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전체 수출의 4.3%, 전체고용의 7%를 차지하는 등 타 산업에 미치는 국민경제 파급효과가 높아 다른 나라들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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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분야에서 이뤄낸 성공적인 창조산업의 사례로는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들 수 있다. 20년간 방치된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거듭났는데 이는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연간 52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한몫을 담당하며 '테이트 효과'라는 용어까지 낳았다.

또 다른 눈에 띄는 정책으로는 영국예술위원회 산하기관에서 운영했던 '온 아트 론(own art loan)'프로그램이 있다. 2,000파운드까지 이자 없이 10개월 동안 분납해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무이자 대출 프로그램이다. 250개 갤러리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2003년에는 영국국민 미술품 구매자가 490만명에 이르렀다. 미술을 산업적 관점에서 시장기능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다.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왕가나 귀족들이 예술가를 지원하는 '메세나'라는 전통이 있는 나라다. 또 각 지방자체단체의 문화부가 지방 현대미술을 관리하고 있는데 현대 작가의 작품을 직접 사서 향후 지어질 박물관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간이다. 결과적으로 영국은 시장기능의 활성화로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충분한 자생력을 갖춰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한 yBa(young British artists) 군단으로 불리는 작가군을 배출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을 뿐 아니라 경매시장 규모도 중국ㆍ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에서 나온 키워드 중에 '문화융성'은 미술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각 언론에서는 문화재정을 2%까지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들 한다. 이 재원이 시장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쓰여질 때 자생력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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