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1월 8일] G20을 영향력 확대 계기로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둘러싼 대외적인 환경은 제1차 회의가 워싱턴에서 개최됐던 2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동안 G20의 협력동력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위기감에 기인한 바 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G20의 국제공조가 효과를 거둬 세계경제가 점차적으로 최악의 위기국면에서 벗어나게 되자 협력의 동력을 제공했던 위기감이 약화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G20의 단일한 대오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대국간 중재자로 올라서야 각국별로 경기회복의 정도와 속도의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국제공조보다는 자국의 국내 경제적 상황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 최근 제기된 '환율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논쟁은 이러한 균열이 가시화되었음을 보여준다. G20이 향후에도 글로벌 공조의 중심체로서 역할을 계속하려면 세계경제가 위기국면에서 벗어나 정상화된 후에도 참가국들 사이에 협력의 동력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위기 극복과정에서 G20의 문제해결 능력 및 성과가 지속적으로 확보돼야만 향후에도 G20을 통한 국제공조를 강력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G20과 같은 비공식 정상포럼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는 의장국 역할을 하는 개최국의 어젠다 설정과 중재능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4차 G20 회의를 맡은 캐나다의 경우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모든 중요한 이슈를 이번 서울회의로 떠넘겼다는 점은 의장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G20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서 우리가 환율문제의 처리에 대한 원칙과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G20 서울 정상회의의 실질적 성과 도출을 위한 중요한 전기로써 의미가 크다.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우리의 국제적 위상은 글로벌 무대에서 강대국 간 이견과 갈등을 중재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조정자로 올라서고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라는 좁은 지역적 범위에 머물던 우리의 외교적 시야와 활동 범위가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것도 무엇보다 큰 변화다. 지금까지 우리의 다자외교 경험과 능력은 매우 일천했고 글로벌 정상포럼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의장국 일본의 초청으로 G8 확대정상회의에 초대돼 처음으로 참가한 것이 불과 2008년이다. 이제는 G20의 정식멤버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의장국으로 G20 회의를 개최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IMF의 혹독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G20 의장국으로서 IMF의 대출제도와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G20 정상회의 개최로 우리나라가 하루아침에 선진국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G20 정상회의 행사개최로 갑자기 우리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수출이 하루아침에 획기적으로 늘어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G20 서울 정상회의를 일회적인 외교이벤트로 보고 행사개최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만으로 가치를 따지는 것은 G20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단선적 시각이다. 다자외교 통한 국제 위상 제고를 G20 서울 정상회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최초로 참여하는 글로벌 정상포럼이며 금융경제질서 재구축을 다루는 가장 중요한 국제협력채널이다. 당면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성공한다면 G20은 향후 정치안보 협의체로 발전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G20을 계기로 우리는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각종 국제 금융경제 네트워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외교적으로도 주요국과의 양자외교에만 몰두하던 개도국형 외교에서 벗어나 이제는 다자외교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형 외교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됐다. G20에 대한 단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국제적 기여와 영향력 확대라는 글로벌 외교 전략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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