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잔뜩 움추린 패션ㆍ뷰티 업계에 남풍(男風)이 불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패션 업체들이 올 가을부터 굵직한 남성복 브랜드를 선보이고 남성 겨냥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을 비롯, 여성용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달한 화장품 업계도 남성들의 미의식을 자극하고 나섰다.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 지금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남성 시장이 그나마 개척 여지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는 물론 당사자인 남성 소비자들의 호응 없이는 불가능한 일. 남성들도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외모에 기울이는 관심을 높여감에 따라 최근 LG생활건강이 남성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피무미용 강좌에선 10명 초대에 100명 이상의 참가 희망자가 몰리는가 하면, LG패션의 신사복 브랜드인 `TNGT`의 브랜드 홍보대사 모집 이벤트에는 500명 선발에 6,000명 가량의 남성들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남성들이 패션업계의 주요 소비층으로 재평가되면서 이들의 지갑을 공략하는 남성용 브랜드와 제품들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의류 부문에서는 올 추동 시즌 출시된 LG패션의 알베로와 ㈜한섬의 보티첼리 옴므, 수입 브랜드인 토미힐피거 등이 대표적. 코오롱이 수입하는 크리스찬 라끄르와도 오는 11월 이후 런칭에 대비해 10월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 남성 명품족 공략에 나선다.
제일모직도 엠비오 브랜드의 경우 남성이 자신의 옷을 직접 구매하는 비율이 60%에 달했다며, 여름철 사은품으로 남성 고객을 의식해 서핑 보드를 내놓는가 하면, 패션성을 중시하는 남성들을 위해 빈폴의 남성용 액세서리 품목을 대폭 강화했다.
여성용 란제리업체인 비비안이 최근 남성용 속옷 브랜드 `젠토프`를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 본래 매장 구석에서 구색만 갖추기 위해 선보이던 남성용 속옷이 매출을 꾸준히 늘려나가자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위해 브랜드 출시에 나선 것. 비비안은 현대적인 색상과 여성용 제품에 사용되는 소재를 반영해 20~ 40대 중심의 고급 속옷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올들어 태평양이 기능성 화장품인 아이오페의 남성용 브랜드인 아이오페 옴므를 선보이며 품목을 늘려가고 있으며,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남성용 화장품 `앙드레김 옴므`도 지난 6월부터 전문점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태평양이 내놓은 남성용 신제품은 지난 2001년 1개 품목에 지난해 6개, 올해는 8월 중순 현재까지 8개에 달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태평양 관계자는 “여성용 화장품은 워낙 경쟁도 치열하고 시장이 사실상 포화단계에 도달했지만, 남성용 시장은 그나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