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안팔리고… 돈줄 막히고… 잇달아 감산 돌입

■ 극한상황 내몰리는 기업들<br>車업체 판매 급감…반도체·LCD업종은 생산 조절<br>중소 조선사 발주 줄고 자금난 겹쳐 줄도산 우려<br>선방하던 철강·정유도 환율급등으로 "전망 불투명"

“중소 조선업체들이 어렵다는 소문이 돌자 후판 생산업체들이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위기가 이미 현실의 공포가 됐다.”(한 중소조선업계 관계자)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맴돌았던 위기의 그림자가 실물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자 기업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미 중소형 조선사 등 ‘약한 고리’는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빠져들었고 대표적인 주력산업인 반도체ㆍ액정표시장치(LCD) 등은 수요위축에 따른 가격하락 등으로 인해 감산이 시작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이 완전히 끊기는 등 자금사정마저 크게 악화되고 있어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판매부진에 감산까지=현대차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 급감에 긴장하고 있다. 월 4만~5만대 안팎이던 판매대수가 지난 9월 2만4,765대로 전월 대비 25.4%나 빠졌다. 미국 시장의 심각한 소비위축으로 지난달 전체 판매량이 1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내수시장의 판매량 하락도 계속되고 있다. 3월 5만8,651대였던 내수 판매대수가 지난달 3만1,449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 측은 한때 치솟았던 경유 값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데 이어 금융위기에 따른 소비자들의 신차 구입 기피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ㆍLCD 업종도 수요감소로 감산에 들어갔다.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은 계절적 요인을 들며 “최근 5%가량 생산량을 조절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7월부터 물량을 10% 줄였다. 반도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를 30%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감산 없이 ‘치킨게임’의 끝장을 보겠다는 전략이지만 경기하강 국면에서 회사 실적에 출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중소 조선업체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에 따라 선박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선박 발주량이 줄어든데다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아 줄도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C&그룹은 1,700억원에 이르는 시설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남 거제 신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C&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우조선해양을 매각한다고 해서 현재의 자금난이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한 금융권의 대출자제 여파가 실물경기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소 조선업체들의 자금난이 현실화되면서 철강유통 업체들이 이들 업체에는 후판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마저 발생해 흑자도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조선업체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철강 유통업체들이 후판 공급을 주저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위기가 이제 실물시장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황은 ‘오리무중’=3ㆍ4분기까지 비교적 ‘선방’했던 철강ㆍ정유 등의 업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철강업종의 경우 경기침체로 철강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다 환율 급등으로 수익성 악화마저 예상되고 있다. 또 정유업계는 글로벌 실물경기가 예상외로 빨리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당초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인도 재계 순위 1위 기업인 릴라이인스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정제시설 신증설이 완료될 경우 큰 폭의 정제마진 감소를 각오하고 있던 처지였다. 여기에 실물경기 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대폭 감소하면 앞으로 상당기간 혹독한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업계도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삼성토탈의 한 관계자는 “중동과 중국의 유화업종 신증설이 임박해 국내 유화업계의 가격경쟁력이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경기가 침체된다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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