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나는 25년간 검사들 스폰서였다"

부산·경남 거쳐간 50여명에 금품·향응 등 제공<br>서울까지 원정접대… 순금 단추 전별 선물로<br>대검, 사안 중대성 감안 특별감찰본부 설치 검토

지난 20여년간 부산ㆍ경남지역을 거쳐간 전ㆍ현직 검사 50여명이 특정 '스폰서'로부터 금품과 향응, 2차 접대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검찰 X파일'로 불리는 이번 의혹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1990년대 민자당 경남도의원을 지낸 건설업자 정모(51)씨는 84년부터 25년 동안 검사들을 접대한 내역이 적힌 진정서를 지난해 8월 부산지검에 제출했다. 당시 정씨는 로비자금 명목으로 제3자에게 2,700만원을 받은 혐의(사기, 변호사법 위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중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진정서를 냈다. 그러나 부산지검은 정씨가 조사를 위한 진술을 거부하자 진정을 각하했다. 한달 뒤인 9월 정씨도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사건은 유야무야 되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2월 검찰이 정씨가 경찰로부터 총경승진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밝혀내고, 추가 기소하면서 진정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추가 기소에 불만을 품은 정씨가 진정서 내용을 몇몇 언론사에 제보한 것이다. 진정서에는 전직 총장을 비롯해 법무부 고위간부, 현직 검사장 2명, '박연차 게이트'나 '브로커 윤상림 사건'에 연루된 검사, 최근 정치인 수사 재판에 참여한 검사까지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접대날짜와 참석자, 음식점이나 룸살롱 이름까지 적시돼 있고, 2차 접대 대상과 접대에 사용된 수표의 번호까지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서에는 또, 중국 출장에서 돌아올 때 검사들이 선호하는 우량혜, 수정방 같은 고급 중국 술 수십 병을 검찰 도움으로 세관 제지 없이 휴대 반입했고, 순금 5돈짜리 2개로 된 마고자 단추세트를 50개씩 주문해놨다가 떠나는 검사들에게 전별의 징표로 선물했다는 일화도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서울 역삼동의 유명 O음식점에서 검사와 다른 사정기관 인사까지 '원정접대'했으며, 당시 촌지가 담긴 삼천포 쥐치포도 준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이 같은 비용으로 검찰에 쓴 비용이 수십억원에 달한다면서 자신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보다 검사도 더 많이 알고, 돈도 더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제보를 하기 위해 주요 인사만 50~60명에 달하는 검사 접대 내역을 5년 전부터 꼼꼼히 기록해왔다"며 "제보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X파일에 언급된 검사들은 진정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접대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현직 지검장은 "87년 진주지청에 있을 때 갱생위원이던 정씨를 만난 적이 있지만, 2차 접대 운운하는 건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정씨가 2000년 이후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으로 10여 차례 기소되자 앙심을 품고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보목적이 불순하고 내용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제기된 의혹을 방치할 경우 검찰 도덕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자체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검은 사안의 중대함을 감안해 특별감찰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PD수첩은 20일 정씨의 검찰 X파일이 제기한 의혹을 다룬 '검사와 스폰서'를 방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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