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3월 31일] 가계부채 부추긴 해외 과소비

금융위기 가운데서도 국내 가계의 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기록 경신을 거듭하자 이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급증은 기본적으로 지난 2000년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데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매매차익을 기대한 가계들의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데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 원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과소비, 특히 해외 과소비 풍조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해외 소비의 상당 부분이 집값이 오르고 저금리 시대에 대출이 쉬워진 상황을 이용한 가계부채 증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카드 해외사용 年30% 급증세 외환위기 전의 우리 국민들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빚이 매우 적었다. 자신이 벌어들이는 한계 내에서 소비했고 빚지는 일을 두려워했으며 돈을 빌릴 수 있는 통로도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했다. 아끼는 게 미덕이었고 소비가 지나치면 비난받곤 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해외 소비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개방경제하에서 자신의 능력에 맞는 해외 소비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넘어서는 해외 소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돌이켜보면 적어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이전인 2008년 여름까지 거리에 고급 수입차가 하루가 다르게 늘었고 고가의 가구, 위스키, 의류 등의 수입이 급증했다. 소비에 맛 들인 이들은 국내에서의 수입명품 소비에 양이 차지 않아 직접 해외로 나가 골프투어ㆍ관광여행ㆍ명품구입 등을 마음껏 즐겼다. 뿐만 아니라 고평가된 원화를 이용해 대규모 조기유학ㆍ어학연수 등 무리한 해외 교육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해외 과소비가 가장 극심했던 2007년 거주자의 해외소비지출 증가율은 2~3% 수준의 국내소비지출 증가율보다 무려 6~7배 높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4년 이후 2007년까지 출국자 수는 매년 100만명 이상씩 급증했다. 국내 거주자의 신용카드 해외사용 실적도 2007년까지 연 30% 가까운 급증세를 보였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해진 해외 소비가 지난해 2ㆍ4분기부터 경제가 회복되고 환율이 내려가면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해외여행자 수가 늘고 해외신용카드 사용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여행수지 적자가 커지고 있으며 저축률 하락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 가계들의 재무구조가 점점 악화되면서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에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재 높아진 가계부채 때문에 가장 위험에 처한 계층은 경제발전의 주역이자 왕성한 소비활동을 한 40∼50대의 베이비부머 중산층으로 보인다. 이들은 은퇴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늘어난 소비를 쉽게 줄이지 못하는 '톱니바퀴 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전한 소비로 은퇴 후 대비를 따라서 이제라도 건전하고 질 높은 삶을 추구하려면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소비생활은 반드시 점검해보고 넘어가야 한다. 소비생활은 습관과 같아 단숨에 고치기 힘들지만 무의식적으로 즐겼던 소비생활도 점검해 불필요한 지출은 가능한 한 줄이고 건전한 소비생활이 몸에 배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항상 자신의 소득범위 내에서 지출하는 생활습성을 기르고 신용 사용 후 제때 대출 원리금 및 구매대금을 상환해야 한다. '부자는 절대 과소비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명심하면서 앞으로 자기 분수에 맞는 소비생활을 하는 건강한 경제 주체로 거듭날 때 비로소 우리의 가계부채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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