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의 양금숙(梁琴淑·45)서울 목동지점장은 새벽 5시30분께 눈을 비비며 출근준비를 서두른다. 외모도 경쟁력, 커리어우먼다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빠른 손놀림을 놀려본다. 6시20분 아파트를 나서 장충동 신라호텔로 질주한다. 제22회 「여성과 포럼」의 연사로 나선 강기원 여성특별위원장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자주보지 못했던 여성 경영자총협회 회원들의 얼굴도 보고 새 회원과 명함을 나누었다. 돌아오던중 핸드폰으로 만기가 도래한 정기예금 계약자와 재계약을 위한 만남을 확인한다. 13억원의 정기예금이 만기도래하는 고객을 위해 신상품인 블루칩 정기예금과 단기특정금전신탁을 갖고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본다.지점에 출근한후 차장과 함께 직접 창구안내에 나선다. 내점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신영업점이 출범, 한달간에 걸친 창구공사를 마무리짓고 회의용테이블을 창구에 내놓았다. 40대 여성손님과 함께 원두커피를 마시는사이 아이들은 회전의자를 돌려가며 놀고 있다. 객장을 고객의 휴식 및 정보제공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다짐한게 현실화되는 것같아 뿌듯하다.
대치동에 사는 친구 부인이 점심을 사러오겠다고 한다. 며칠전 남편이 사준 자동차로 시승식도 하고 적금도 가입하겠다고 했다. 여성지점장이 개인고객을 상대로 예금섭외를 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했던게 실감나는 순간.
오후에 들어와 경쟁은행 인근 점포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보았다. 인근점포의 실적도 챙겨보았다. 좀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 잠시후 지점 최우수고객인 79세 할머니의 아들·며느리 자랑을 듣다보니 결재를 서둘러야 했다. 한 직원이 모 중학교 축구감독으로 내정됐다며 사직원을 제출했다. 걱정이다. 지역본부와 이야기해보았지만 충원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막막하다.
저녘에는 직원들이 빵과 떡 등 간식을 돌린다. 원산지를 물으며 고객이 감사표시로 선물해준 것이라고 말한다. 저녘 8시쯤 퇴근하려하니 오늘 낮에 마케팅팀에서 10월중 관리수익금액이 2억1,500만원이라고 했던게 생각난다. 걱정이다. 이 상태라면 올 하반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늦은 시간이지만 퇴근해서 체력단력을 위해 운동을 하러 가려니 VIP고객 전화다. 슬픈 목소리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하며 영안실로 3단 화환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파김치가 돼 퇴근하던 길에 예전 평범한 지점장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출근해서 비서가 타주는 커피한잔 마시며 조간신문을 뒤척이다 점심, 목욕탕에 가서 2시간 정도 보내고 은행 마감시간에 들어와 직원들 잘있나 본뒤 손님섭외(?) 차원에서 저녁을 「먹어준뒤」 퇴근…』. 『아! 옛날이여』.
김영기기자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