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병호 대표, KAIST에 300억대 부동산 기부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죠"

KAIST에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한 김병호(왼쪽) 서전농원 대표와 부인 김삼열씨.

"KAIST가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로 국민 모두가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세요." 경기도 용인시 서전농원의 대표 김병호(68ㆍ사진 왼쪽)씨는 12일 KAIST 대강당에서 평생 피땀 흘려 모은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 발전기금에 기부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한 뒤 이같이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김 대표가 기부한 부동산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임야ㆍ전답 등 9만4,744㎡(2만8,660평)로 그가 운영하고 있는 자연휴양림 형태의 서전농원 땅도 일부 포함돼 있다. 5년 전 뇌졸중으로 쓰려져 건강이 악화됐던 김 대표는 지난해 한 TV 프로그램에서 서남표 KAIST 총장의 모습을 보고 '기부를 하려면 저분에게 맡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다시 건강이 악화되자 결심을 서두르게 됐다. 7남매의 맏며느리로 김 대표를 뒷바라지해 온 부인 김삼열(오른쪽) 여사는 "본인(김 대표)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자 자꾸만 재촉을 해서 7월26일 KAIST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기부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김 여사에 따르면 7남매 중 장남인 남편과의 사이에 외아들뿐이지만 아들 세윤(까페 뎀셀브즈 대표)씨도 김 대표의 기부를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김 대표도 "처음 기부의사를 밝혔을 때 아내가 나를 자랑스러워 하며 적극적으로 격려해줬다. 아들도 매달 일정 금액을 유니세프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941년 전북 부안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17세에 단돈 760환을 들고 상경해 식당 밥 배달, 운수회사 직원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온갖 고생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 덕에 24세 때 처음으로 집을 장만, 부모님과 동생들과 함께 서울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1988년에는 현재의 밤나무농장인 서전농원 일대 땅을 사들여 농사도 지었다. 김 여사는 "(남편은) 37년 전 결혼했을 때도 술ㆍ담배ㆍ커피를 일절 하지 않고 매일 1,000원씩을 모아 냉장고ㆍ세탁기 등을 사들일 만큼 근검절약이 몸에 밴 생활을 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본인의 학업을 포기했지만 배우려는 사람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았다. 그의 기부행진은 1987년 부친상을 치른 후 남은 조의금을 친척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은 것으로 시작됐다. "아버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뜻있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고향인 전북 부안군의 '나누미근농장학재단'에 10억원을 내놓았다. 그는 "무더운 여름날 단돈 1원을 아끼기 위해 남들 다 먹는 사카린 음료수조차 사먹지 못했다"고 회고한 뒤 "하지만 후학을 위해 쓰는 것은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KAIST 고액기부자로는 300억원을 기부한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과 1,000만달러(한화 약 100억원)를 기부한 재미 사업가 박병준 회장, 250만달러(한화 약 25억원)를 기부한 닐 파팔라도 미 메디텍사 회장, 그리고 개인 기부자로는 국내 최고액인 578억원을 기부한 원로 한의학자 류근철 박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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