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에서 갑자기 ‘한 겨울’로 다시 돌아간 요 며칠간의 날씨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어제와 오늘의 날씨는 더 변덕스러웠다. 어젯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펑펑 쏟아진 뒤 오늘 아침은 비록 기온은 쌀쌀했지만 하늘은 더 없이 파랬는데, 정오 무렵 다시 눈발이 내리더니 오후에는 다시금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이렇듯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일기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바로 우리 코앞에 봄이 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너머엔 지난해만큼이나 무더운 여름이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다는 것을.
변화무쌍한 날씨는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고 때로는 수해나 산불처럼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계절은 마치 강물처럼 언제나 도도하게 흐른다. 비록 봄과 가을이 많이 짧아지기는 했지만 계절의 변화는 정직하고 한결같다.
이런 정직하고 한결같은 계절의 변화와 세월의 흐름이야말로 너무도 빠르게 변화해가는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변화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중심은 굳건해야 하고 그 중심 안에는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은 덕목들이 자리잡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비바람과 태풍 같은 궂은 날씨를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0여년간 일본과 한국의 균일가 생활용품과 관련한 사업을 해온 필자는 경쟁력 있는 신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1년 중 절반가량은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그 동안 5만여 가지의 제품을 개발해왔다.
이러한 상품개발 실적은 끊임없이 상품의 다양화를 추구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는 정직과 초심(무엇보다 상품에 정직할 것과 항상 ‘이제부터 시작’ 이라는 자세)이라는 덕목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들이 숨어 있다.
균일가 생활용품이라는 업계는 판매가가 이미 정해져 있는, 그것도 낮은 가격으로 정해져 있는 제품들을 개발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두 가지 근본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판매가를 미리 정해놓고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로서 지속적으로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시장환경 속에서 정해진 판매가를 고수해야 하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다. 둘째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입견과 편견을 반드시 극복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삼각형에 비유하자면 이 두 가지 과제는 제품의 품질력이라는 꼭짓점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양립한 두 점과 같다. 원가가 오른다고 판매가를 높인다거나 원가를 낮추고자 품질을 저하시킨다면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기업의 성장은 멈출 것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답은 품질과 관련된 원가 요소에는 손을 대지 않고 그 밖의 요소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불필요한 비용 요소들, 즉 거품이란 거품은 모두 다 찾아내서 철저하게 걷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든 언제나 한결같아야 하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에게 정직한 상품을 제공하려는 신념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우리의 이러한 노력과 진심을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도 자기과시 또는 자기만족을 위한 제품이 아닌 필수품과 일상용품의 구매에 대해서는 선진국처럼 실속 있고 알뜰하게 구매하려는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어려운 시기에 필자가 운영하는 균일가 생활용품 매장이 늘어나고 또한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 것도 매우 감사한 일이다.
계절의 한결같은 흐름처럼, 지나온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내일도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각오로 아침을 맞으며 정직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하루를 채워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