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하이닉스 정상화 발판 마련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28일 주 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오는 2006년까지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약정(MOU)을 맺었다고 30일 밝혔다. 또 지난해 당기 순손실을 대폭 줄여 1조9,4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순손실인 5조736억원 보다 3조1,257억원(61.6%)이나 감소한 금액이다. 하이닉스는 이번 이행약정 체결로 지난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매각협상 실패 이후 매각이냐 독자생존이냐를 둘러싸고 논란을 거듭하던 하이닉스의 진로가 `경영정상화 후 매각 또는 독자생존`쪽으로 확실한 가닥을 잡게 됐다. 이행약정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비핵심자산 매각을 포함한 자구계획과 인력ㆍ조직의 합리화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연간 기준으로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CEO(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자구계획으로는 ▲TFT-LCD 사업부문 매각 3억8,000만 달러 ▲기존 분사사업 부문 매각 2,776억원 ▲유가증권 491억원 ▲부동산 등 2,767억원 등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1조1,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하이닉스는 이밖에 비메모리사업인 시스템IC 등 비주력사업의 조기매각을 추진하고 시장여건 등을 판단해 메모리사업 매각도 병행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 경영컨설팅사인 ADL의 실사결과를 토대로 인력과 조직을 합리화한다는 계획이지만 현 인력수급 구조상 특별한 인력조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경영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최근 주력제품인 256메가 더블데이터레이트(DDR) D램 가격이 공급과잉으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 하이닉스 정상화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석달째 이어지는 D램 값의 하락은 자금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독일의 인피니온 등 경쟁사들이 D램 반도체의 공급과잉 해소를 겨냥, 하이닉스를 협공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채권단과 소액주주, 노동조합 등 이해집단의 견해차도 큰 부담이다. 이들 집단은 각종 현안에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로막아 왔다. 실제 지난해 매듭짓기로 했던 TFT-LCD 사업부문 매각도 이들 집단 간의 갈등으로 처리가 미뤄졌다. 하지만 이번 이행약정에서 경영진이 “연간 기준으로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결연한 자세로 나선 만큼, 향후 하이닉스의 경영정상화 행보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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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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