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위기가 근본적으로는 복지지출 확대에 따른 탄탄하지 않은 나라살림에서 비롯됐다는 우려감이 작용했을까.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2012년 신년 여론조사-복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은 '우리 사회의 복지수준을 늘려야 한다(78.9%)'고 답했음에도 '복지보다는 재정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복지는 필요하지만 재정여력을 약화시켜가면서까지 복지를 확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1,004명) 중 68.9%가 복지와 재정 가운데 '재정안정이 우선'이라고 응답했다. 재정보다 복지가 우선이라는 응답은 29.2%에 그쳤다. 물론 우리 사회의 복지수준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았다. 복지수준을 늘려야 한다는 답변은 78.9%에 달한 반면 '지금 정도면 충분하거나 지나치게 높다'는 18.8%에 불과했다. 특히 '복지수준을 대폭 늘려야 한다(18.3%)'는 '복지수준이 지나치게 높다(3.5%)'보다 5배가량 많아 국민 대다수는 복지확대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그럼에도 복지보다 재정안정을 우선 선택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국민들은 유럽이나 미국이 재정악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데다 위기를 극복할 국가의 운영수단마저 잃게 된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재정까지 갉아먹는 포퓰리즘(대중선동주의)적 복지정책을 경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증세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올려야 한다'는 응답자는 16.5%에 머물렀다. 대신 응답자의 82.6%는 '세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재정운용을 잘하면 된다'고 답했다. 증세보다는 현재의 재정관리부터 효율적으로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국가의 재정관리도 중요하지만 당장 가계의 살림살이 걱정이 앞서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보편적 복지가 여전히 북유럽 국가에 비해 뒤처진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들이 스스로의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게 우선인 만큼 증세보다 현재의 재정을 잘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해석된다. 증세에 대해서는 최근 새로운 정치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소위 2040세대(20~40대)가 특히 부정적이었다. '증세보다는 재정운용만 잘하면 된다'고 답한 사람들 가운데 60대 이상은 70.1%, 50대는 80.5%로 나타난 데 비해 20대는 83.3%, 30대는 88.3%, 40대는 89.6%로 상대적으로 젊은층에서 증세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교육이나 육아ㆍ주택 문제에 시달리는 20~40대가 증세에 대해 강한 반대의견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세금을 내야 할 학생들의 89.9%가 증세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도 2040세대와 교감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11년 12월18~21일에 진행했다. 특히 지지할 차기 대통령 설문 문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변화가 예측되면서 1,004명을 대상으로 재차 설문을 조사해 정확도와 여론의 변화를 함께 담았다. 응답률은 17.1%로 5,885명에게 전화를 걸어 1,004명이 답변했다. 2011년 6월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라 성별ㆍ연령별ㆍ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로 설문조사를 했고 95% 신뢰도에 오차는 ±3%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