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지구촌 제로금리시대 눈앞

"세계 경제위기 파장 심각" 日과감한 결정<br>금리 1.0%로 낮춘 미국도 추가인하 가능성


금리인하 여지가 극히 적은 일본이 초저금리를 고수하면서까지 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로 인한 파장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세계 주요국들은 실질적인 초저금리 시대에 다시 들어가게 됐다. 최근 기준금리를 1.0%로 낮춘 미국도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 속에 내년께 ‘제로금리’ 정책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연합 15개국)도 다음주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공식 예고했고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3.25%로 0.5%포인트 낮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영란은행도 다음주 중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금리인하에 동참한 이유는 지난 7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7개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후 엔화 강세가 가속돼 경기악화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 크다. 국가별 금리 차이는 자금흐름 추이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주요국 중 일본만 배제한 금리인하가 실시되자 글로벌 투자가들이 일본시장으로 회귀하면서 엔화 강세가 촉발됐다. 이로 인해 엔ㆍ달러 환율은 13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고 일본 주식시장은 1982년 이래 2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코네티컷 소재 RBS사의 앨런 러스킨 국제통화전략가는 “일본의 금리인하는 엔고(高) 상한을 두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경기침체 방어 움직임에 일본도 공조한다는 제스처를 나타낼 필요가 커졌다는 점도 가세했다. 올 들어 이미 미국은 다섯 번, 중국은 세 번이나 금리를 내렸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싱가포르 소재 UBS은행의 애슐리 데이비스 통화투자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일본은행의 금리에 적용하기 위해 유로존과 영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소재 스코틀랜드 로열은행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외환전략가는 “악화되는 경제전망이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며 “미국 역시 제로금리 정책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추가 금리인하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도 상당하다. 주요국들의 기준금리는 이미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신용경색 국면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금리를 내려도 돈이 돌지 않아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등장한 첫번째 글로벌 공조안이 선진7개국의 동반 금리인하였지만 당시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일본은행 위원들도 이날 금리인하 찬성 여부를 놓고 4대4로 팽팽히 대립해 어정쩡한 양상을 연출했다. 가속화되는 초저금리 기조가 전세계 시장을 ‘유동성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유동성 함정이란 금리를 낮춰도 투자심리 회복에 못 미쳐 기대하는 경기진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일본이 금리인하를 주저한 이유 중 하나도 지난 ‘잃어버린 10년’의 제로금리 시대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속적인 금리인하는 전세계적인 경기약화의 심각성을 시인하는 의미도 있다. 제로금리에 가까워질수록 금융정책을 펼 여지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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