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말 매매기준율되는 오늘환율 어떻게… 기업·금융기관 외환‘촉각’

◎환산손·BIS 비율 등 환율등락따라 희비 갈려 인위적 끌어내리기 통해 1불 1,200원선 조정설까지30일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나라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하루 거래되는 달러가격이 올 한해를 결산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시장참가자들 중 어느 누구도 높은 환율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폭의 하락세를 점치고 있다. 불공정거래에 해당되겠지만 인위적인 환율끌어내리기 작업이 전개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30일 환율이 중요한 이유=12월말 결산인 대부분의 기업과 금융기관은 모든 장부정리를 12월31일 매매기준환율로 해야 한다. 금융결제원은 30일에 거래된 환율의 평균치를 31일 매매기준환율로 고시하게 된다. 지난해말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달러당 8백44원20전. 29일 고시된 기준환율은 1천5백12원90전으로 원화가치가 지난해말에 비해 44.2%나 폭락했다. 31일 기준환율이 이 수준을 유지한다면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엄청난 환산손실을 피할 길이 없다. 이미 발생한 환차손이야 결산에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보유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환산손실은 31일의 기준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금융기관들의 경우 살생부작성의 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31일 기준환율의 등락에 따라 함께 널뛰게 된다. 31일 기준환율이 낮을수록 환산손실은 줄어들고 반대의 경우 늘어나게 돼 있다. 은행들은 환율이 낮을수록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데 유리한 형편이다. 달러당 1천5백원선이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정부의 후순위채인수에 힘입어 겨우 BIS비율 8%를 넘게 될 전망. 일부 부실정도가 심한 은행들은 달러당 1천2백원선이 돼야 8%선에 맞출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30일 환율 전망=이미 수일전부터 30일 외환시장이 달러의 수급상황보다는 환율안정을 바라는 시장참가자들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들이 미리 달러를 사고파는 가격을 정한 뒤 대량거래를 통해 시장거래 평균가격을 대폭 끌어내릴 예정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이같은 불공정 거래가 판을 칠 게 분명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탓할 분위기는 아니다. 이 때 예상되는 환율수준은 달러당 1천2백원선. 환차손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를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연말이 가까워올수록 달러수요가 늘어나지만 올해는 미리 달러를 확보해놓은 기업들이 많아 환율급등요인은 적다. 연말까지 일단 외화부도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도 환율하락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달러수급이 여전히 불균형하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환율이 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장참가자들끼리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분위기가 중요한 상황이다. ◇내년 환율전망=만기가 다가오는 외화부채의 재연장이 얼마나 순조로울지가 관건이다. 29일 일본 농림중앙금고가 기업은행의 만기도래 외채 1천만달러를, 영국 로이드은행이 조흥은행의 만기도래 외채 5백만달러를 각각 재연장해준 사례는 있지만 이같은 추세가 내년초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조기자금지원 이후 만기연장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외국금융기관들이 「재검토」 쪽으로 선회한 것만도 큰 성과』라며 『내년 1월 둘째주가 고비』라고 말했다. 외국 금융기관들의 책임자들이 연말휴가를 끝내고 복귀한 뒤에야 대세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외환관계자들은 정부의 기대대로 달러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경우 달러당 1천1백∼1천2백원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계의 지원이 예정대로 조기에 이뤄진다 해도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달러부족에 따른 환율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민간자본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환율안정의 관건이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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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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