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분리형 BW 막판 발행 봇물… 호재일까 악재일까

경영권 방어·성장 자금용 여부<br>꼼꼼하게 옥석 가려 투자해야


다음달 말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금지를 앞두고 상장사들의 막판 BW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BW 발행 기업 간 주가 희비가 엇갈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W 발행은 워런트(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물량 부담으로 보통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지만 일부 상장사의 경우 되레 주가 모멘텀이 될 수 있어 꼼꼼히 살피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BW 발행을 공시한 곳은 총 31곳이다. 5월 25곳, 6월 28곳보다 늘어난 수치로 다음달 말부터 분리형 BW 발행이 전면 금지되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BW는 만기와 이자율이 정해진 채권(Bond)에 일정 기간 내에 정해진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ㆍWarrant)가 부여된 증권이다. BW는 분리형과 일체형으로 나뉘는 데 대부분 분리형으로 발행돼왔다. 분리형 BW의 경우 채권과 워런트를 따로 분리해 거래할 수 있고 채권원리금에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실제로 올 들어 발행된 BW는 모두 분리형 BW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투자자로부터 싼 값에 워런트를 취득해 사실상 분리형 BW가 대주주 지분확대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이유로 금융 당국은 다음달부터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하는 강수를 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분리형 BW 중심으로 BW시장이 형성돼왔는데 오는 8월 말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분리형 BW 발행이 불가능해졌다"며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자금확보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BW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BW 발행이 주가에는 대체로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BW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워런트를 행사할 경우 오버행(대량매물 출회) 우려로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BW 발행을 공시한 상장사 31곳 중 24곳이 BW 발행공시 당일 대비 주가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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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화케미칼ㆍ루멘스ㆍ한국콜마 등의 주가가 BW 발행설로 하락하기도 했다. 한화케미칼은 장중 BW 발행을 부인하는 공시를 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BW 발행이 반드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페코는 23일 '코에프씨현대중공업협력사동반성장제일호PEF'를 대상으로 50억원 규모 사모 분리형 BW를 발행한다고 밝혔지만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3.95% 올랐다.

최성환 유화증권 연구원은 "스페코의 주가가 BW 발행에도 오른 것은 현대중공업 자금으로 파악되는 사모투자펀드(PEF)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이라며 "보통 사모 BW는 금융권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스페코의 경우 현대중공업이라는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페코는 지난 5월 현대중공업과 해군함정용 조타기 공급계약을 맺는 등 꾸준히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3,000억원 규모의 공모형 BW를 발행했던 한진중공업도 BW청약에서 7,500억원이 몰려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후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BW 발행 공시가 나올 경우 상장사가 누구를 상대로 BW를 발행하는 지, BW 투자자가 어떤 목적으로 상장사에 투자하는지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며 "장기 성장성이 높은 상장사가 BW를 발행할 때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장사가 발행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발행할 경우 대주주의 지분 늘리기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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