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실체없는 전공노 갈등

곽경호 기자<사회부>

며칠 전 박맹우 울산시장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태와 관련,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번 사태의 고리를 풀 수 있는 회견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날 박 시장은 “정부가 울산시를 상대로 행ㆍ재정적 조치를 무기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고 이는 전적으로 동ㆍ북구청장의 책임”이라고 했다. 또 “징계 요구를 거부하면 시비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는 울산시가 이달 초부터 동ㆍ북구청을 상대로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들이어서 이날 박 시장의 회견 내용은 시의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 이를 반박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나선 이갑용 동구청장, 이상범 북구청장은 “울산시에 떠넘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라. 그렇지 않으면 행정자치부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강력하게 성토했다. 이틀간에 걸친 양쪽의 기자회견으로 표면적으로는 광역자치단체와 산하 구청간 갈등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구청장들의 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자신들에 대한 정부의 고발 요구를 거부한 울산시가 무슨 잘못이 있느냐”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돼 있다. 결국 이번 사태로 중앙정부에 입장이 난감해진 울산시가 먼저 기자회견을 통해 면피를 하고 두 구청장들은 이를 확인해주는 형식을 취했다는 석연치 않은 반응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징계 거부 구청장들을 고발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울산시장이 거듭 거부하고 나아가 기초단체장들은 중앙정부의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나선 초유의 사태는 과연 어디서 비롯됐을까. 행자부는 동ㆍ북구청장의 징계 거부와 울산시장의 고발 요구 거부 등이 확인됐을 때부터 줄곧 울산시에 대한 행ㆍ재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만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구청장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실체도 없는 압박을 자치단체에 해대고 있다”며 이는 ‘협박’이라고 까지 단언했다. 이들 구청장의 회견 내용대로라면 행자부가 직접 고발할 수 있는데도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범부처 차원의 행ㆍ재정적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사면초가’에 몰린 게 아니냐는 여론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울산시, 그리고 양 구청의 실체 없는 전공노 갈등으로 애꿎은 울산 시민들만 불안에 떠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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