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은행 기존여신 어떻게 되나]

서울은행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감에 따라 거래기업들은 벌써부터 비상상태에 들어갔다. 특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중인 업체들은 은행의 해외매각이 회생작업에 찬물을 끼얹을지 모른다며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이에따라 일부 거래업체들은 자금운용 계획을 수정하는 준비에 들어가는가 하면, 심지어 거래은행을 옮기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보전기간 1년, 신용도 나쁜 업체는 위험하다=HSBC의 인수에 따른 여신처리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풋백옵션, 즉 손실보전기간이다. 정부와 HSBC는 부실자산 매각과 관련, 인수자산이 부실화되는 경우 1년동안은 배드뱅크에 매각토록 했다. 제일은행이 1년 100%, 2년째는 인수총자산의 20% 이내에서 100% 손실보전을 해주는 것에 비하면 한국측에는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해당 거래업체들에게는 그만큼 부담으로 다가온다. 즉 손실보전기간이 1년으로 짧기 때문에 인수후 1년이내에 위험한 기업은 모두 부도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HSBC도 당장 실사와 함께 기존 기업여신에 대해 일일히 재심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HSBC의 영업특성때문이다. HSBC는 소매금융 중심이기는 했지만, 어느 외국금융기관보다 한국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해왔다. 영업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일거에 많은 기업들을 부도로 몰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셈이다. 설사 급격한 여신회수가 없어도 거래기업들은 지금과는 다른 각도에서 긴장을 해야한다. 현재 서울은행을 거래하는 기업은 개인기업 2만4,786개와 법인 8만859개 등 총 10만여개를 넘는다. 이중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다. 외국은행들은 대출심사때 담보보다는 신용상태를 엄격하게 평가한다. 외국은행들이 철처하게 수익성을 위주로 영업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부터 거래관행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그러나 아직 이런 변화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상태다. 은행이 1억~2억원만 회수하더라도 당장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신용도가 나쁜 업체에게는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워크아웃 업체 처리는=워크아웃이 진행중인 업체의 프로그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64대그룹중 워크아웃에 들어간 업체는 동아건설과 진도, 우방 등 3곳. 이들 3개그룹에 대한 여신만 1조5,000억원에 이르며 이중 동아건설이 1조원을 차지한다. 정부와 HSBC는 아직 워크아웃 여신에 대해서는 뚜렷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양측이 워크아웃여신을 건전자산으로 볼것인지, 부실여신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마무리가 되지 않은 탓이다. 건전자산으로 분류되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부실자산으로 분류될 경우에는 배드뱅크로 넘어간다. 물론 이때도 워크아웃 프로그램에는 지장이 없다. ◇5대재벌 여신은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듯=제일은행과 달리 서울은행은 5대재벌에 대해 한곳도 주채권은행의 위치에 있지않다. 지난해말 현재 5대그룹에 대한 서울은행의 총여신은 1조2,935억원(표참조). 97년말의 3조2,501억원에 비해 무려 60.2%가 줄어들었다. 이미 갚을수 있는대로 갚았다는 얘기다. HSBC와의 합의내용에서도 5대재벌에 대한 보호장치를 별도로 두었다. 정부는 우선 제일은행과 마찬가지로 5대 재벌에 대해 동등취급의 원칙에 따라 처리토록 합의했다. 또 손실보전기간을 일반 여신과 달리 2년으로 했다. 여신의 급격한 감축 가능성을 그만큼 감소시킨 셈이다. ◇거래업체들 준비 부산=서울은행의 매각을 앞두고 일부 업체들은 이미 여신분산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채권은행을 바꾸는 방안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또 회사채발행을 통해 부채비중을 낮추는 작업에 부산한 모습이다. 장기적 준비를 시작하는 업체들도 있다.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신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회계투명성을 높히고 현금흐름에 바탕을 둔 재무전략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 한 제조업체 사장은 『외국인이 주인인 은행과 거래하는 것이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며 『그러나 지난해부터 매각에 대비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들에게는 큰 변화없다=예금고객들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선진기술에 따른 보다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금리체계나 거래방식도 개인들에게는 그다지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점포폐쇄나 인력감축 등에 따라 거래가 불편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특히 신용위주의 거래관행을 따져볼때 개인들도 신용이 부족한 사람은 기존에 대출받은 것도 회수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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